등록 : 2016.11.11 16:35
수정 : 2016.11.11 21:42
트럼프 외교정책에 의문·불안감 증폭
독 외무 “헨리 키신저도 통찰력 못미쳐”
극우파 포퓰리즘 득세 조짐에 경계감도
|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오른쪽)와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외무장관이 미국 대선 다음날인 9일 내각회의를 열기 위해 회의장에 들어서고 있다. 베를린/AFP 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자 유럽이 본격적인 대책 마련에 나섰다. 트럼프 당선자가 유럽과의 전통적인 동맹관계를 무시한 친러시아 정책과 노골적인 반이민 노선, 핵 비확산에 대한 낮은 관심 등 ‘미국 우선주의’를 공언하면서, 대서양 양안과 중동의 외교·안보에도 지각변동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유럽연합은 오는 13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긴급 외무장관회의를 열어 트럼프 당선이 유럽-미국 관계에 미칠 영향을 평가하고 대책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영국 <가디언> 등이 10일 보도했다. 유럽연합의 한 고위 외교관은 “트럼프 당선자가 취임하기 전에 각 회원국이 외교정책에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회의를 제안한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외무장관은 주간 <슈피겔>과 한 인터뷰에서 “많은 나라가 트럼프 정부의 외교 독트린이나 그의 발언에서 명백하고 일관된 입장을 파악하려 하고 있지만, 성공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과도 여러차례 트럼프 당선자의 외교정책이 어떻게 될지 의견을 나눴으나 그조차도 통찰력을 제공하지 못했다”며 향후 미-유럽 관계의 불확실성에 대한 답답함을 털어놨다.
유럽 정부들의 불안감과 달리 유럽 극우세력은 트럼프의 당선에 기세등등한 분위기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10일 일간 <빌트> 기고에서 “선동적 포퓰리즘이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며 서구의 다른 곳에서도 정치적 담론이 위험한 상태”라고 경고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트럼프의 당선으로 미국 첫 여성 대통령 탄생은 무산됐지만 대서양 건너 프랑스에선 (여성 정치인인) 마린 르펜의 꿈이 부풀었다”고 전했다.
|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대표가 미국 대선 결과가 나온 9일(현지시각) 파리 인근 낭테르에 있는 당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의 당선을 축하하는 성명을 발표하던 중 누군가가 손을 뻗어 사진 촬영을 막으려 하고 있다. 낭테르/EPA 연합뉴스
|
신문은 “내년 프랑스 대선에서 극우정당 국민전선 대표인 르펜이 당선될 경우 유럽에선 이번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된 것에 버금가는 정치적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프랑스의 우파 싱크탱크 퐁다폴의 도미니크 레니에 대표는 “브렉시트와 트럼프 당선에 힘입어 르펜의 당선 가능성이 커졌다”고 주장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르펜은 내년 대선에서 1차 당선자 없이 결선투표에 진출할 경우 25% 이상을 득표할 것으로 예측됐다.
독일에서도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난민 수용’ 정책이 거센 역풍을 맞으면서 ‘독일을 위한 대안’ 등 극우정당이 득세하고 있다. 그러나 쇼이블레 재무장관은 “다른 이들의 의견과 다양한 사고방식에 열린 태도라면 선동적 포퓰리즘은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