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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파리 동부 교외 클리시-수-부아시에서 젊은이들이 12일째 이어지고 있는 이민자들의 시위 중단을 호소하는 클로드 딜랭 시장의 연설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클리시-수-부아/A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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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700만명 값싼 노동력 ‘밀물’
프랑스 이민자들의 시위가 인근 나라들로 확산될 움직임을 보이면서, 지나간 세월의 유럽 이민정책을 되돌아보자는 자성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서유럽 나라들이 이민자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은 1960년 대 이후 활황과 함께 노동력 부족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그러나 90년대 이후 경제침체로 일자리가 줄면서 이민자들은 냉대와 차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유럽연합 회원국이 늘면서 적절한 이민자 정책을 마련하지 못한 것도 문제를 키우고 있다. 이번 사태는 각 나라가 ‘통합’을 내걸고 펼쳐온 이민자 정책의 허상을 폭력적으로 드러냈다는 분석이다. 이민자는 얼마?=해마다 유럽연합에 들어가는 합법 이민자는 130만명 가량이다. 하지만 이보다 훨씬 많은 700만명 가량이 불법이민을 시도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유럽 노동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룩셈부르크는 노동인력에서 외국인과 이민자의 비율이 40%를 넘는다. 이민자들의 주류는 무슬림(이슬람 신자)이다. 이번 사태를 일으킨 프랑스 내 무슬림은 500만명 가량이다. 영국은 150만~200만명, 독일은 전체 이민자 730만명 중 무슬림인 터키인이 187만명이다. 삼성경제연구소 김득갑 연구원은 “서유럽은 지난해 동유럽 국가들을 유럽연합으로 받아들이면서, 동유럽 이민자 정책만 고민하고 있었다”며 “그동안 가려져온 중동, 북아프리카계 이민자 문제가 이번에 터진 것”이라고 말했다. 차별받는 이민자들=이민자들은 백인들이 꺼리는 험한 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 영국 런던의 청소 업무는 25만명의 이주노동자들 몫이다. 합법 이민자는 그나마 노동법 등의 보호를 받지만 불법 이민자들은 저임금에 법의 보호와는 거리가 멀다. 이민자들이 가장 많이 일하는 부문은 농업(스페인), 건설업(포르투갈), 호텔 및 식당업(스페인), 제조업(독일) 등이다. 이 부문의 고용은 경기에 매우 민감하다. 프랑스의 경우 북아프리카계 이민자의 실업률은 평균의 3배를 웃도는 30%에 이른다. 이는 곧 소외감으로 이어진다.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유럽팀장은 “1990년대 말 영국 공업지대인 브래드포드에서도 사회적 소외감에 시달리던 파키스탄계 청년들이 백인 청년들과 폭력충돌을 빚었다”며 “이번 프랑스 사태는 다른 유럽 나라에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경고했다. 각국의 이민정책=각 나라들은 저마다 다른 이민정책을 채택하고 있다. 영국이나 독일에서는 이민자들이 각각의 전통과 풍습을 유지하며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다. 영국은 모든 이민자들에게 시민권을 부여한다. 독일과 오스트리아는 자국에서 태어난 이민자 2세에게 시민권과 투표권을 인정한다. 그러나 영국도 지난 7월 런던테러에서 드러났듯, 이런 수용 정책이 외형적 통합에 그쳤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독일도 이민자를 적대시하는 극우세력이 꾸준히 세력을 확보하고 있고, 크고 작은 테러들이 끊이지 않는다. 동화주의를 원칙으로 하는 프랑스는 이민자들의 공동체를 허용하지 않았다. 이민자를 받아들이되 각종 사회보장을 통해 프랑스적 가치를 받아들이도록 했다. <아사히신문>은 7일 프랑스가 ‘공화국’ 전통을 모두에게 받아들일 것을 요구하는 정책이 오히려 이민사회를 더욱 고립시켰다고 비판했다. 이번 사태는 이런 기존의 정책들을 재검토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윤진 기자 mind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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