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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1.08 19:41 수정 : 2005.11.08 19:41

공휴일 폐지·군사행진 부활…극좌·극우 ‘그들만의 기념일’

11월7일은 러시아 10월 혁명 88주년 기념일이었지만, 올해부터는 더이상 공휴일이 아니다. 러시아 정부가 올해부터 이날을 평일로 격하하는 대신 1612년 러시아 시민군이 폴란드군을 몰아낸 11월4일을 ‘국민통합의 날’이란 이름의 국경일로 정했기 때문이다.

지난 4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붉은광장의 성바실리 성당 앞에 있는 시민군 지도자 ‘시민 미닌과 대공 포자르스키’의 동상에 직접 헌화까지 했다. 7일에는 소련 해체 이후 사라졌던 붉은광장 군사 퍼레이드가 부활되었다. 정부는 10월 혁명을 기념하는 것이 아니라, 퍼레이드를 끝내고 곧바로 모스크바 방어작전에 투입됐던 1941년 11월7일의 군사 퍼레이드를 기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국민통합의 날’ 4일은 러시아 국수주의를 고취하는 극우파들의 합법적인 도심집회를 보장해주는 날로 둔갑해버렸다. ‘우파들의 행진’을 조직한 수천명은 붉은 광장에서 “러시아는 우리의 것” “러시아는 전부요 나머지는 아무 것도 아니다”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이날 외국인들은 시내출입을 삼가해야 했다.

반면 7일에는 러시아 전국에서 10월 혁명을 축하하는 거대한 붉은 물결이 출렁거렸다. 전통적인 계급적 구호 이외에도 “개혁의 완성-스탈린, 베리야, 굴락(수용소)”이라는 다소 아찔한 구호까지 등장했다고 한다.

러시아의 극좌세력과 극우세력은 11월 초에 각자 자신들만의 배타적인 기념일을 갖게 된 셈이다. 러시아 개혁, 개방의 세례를 받지 못한 이들 세력을 연결시켜주는 끈은 러시아 국수주의이다. 유사 나치즘적 경향을 보이는 극우파는 물론이고 세계주의를 표방하는 좌파의 경우에도 레닌 등의 초상을 들고 극우파 못잖은 외국혐오증과 반유대주의를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다. 영광의 재현을 강조하는 푸틴 대통령의 정책노선은 국수적 민족주의와는 궤를 달리하지만, 푸틴 정부들어 극단주의가 세력을 넓히고 있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모스크바/노한승 통신원 kismos@hanaf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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