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테러법 비판… “정책 ‘부당성’이 더 큰 위협 불러”
“영국 테러 대책이 영국 이슬람을 극단주의로 이끄는 핵심 요소다.” 테러 용의자를 기소하기 전에 최장 90일 동안 구금할 수 있도록 한 애초의 ‘반테러법안’이 반인권적이라는 비판 속에 영국 하원에서 부결된 데 이어 10일 내무부 자문그룹까지 토니 블레어 정부의 반테러법안 같은 테러 대책이 되레 테러 위협을 높이고 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7·7 런던 테러’ 이후 이슬람 극단주의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구성된 이 자문그룹은 이날 낸 보고서에서 정부의 지나친 테러 대책이 오히려 극단주의를 부추기고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슬람 젊은이의 사회참여, 교육, 지역 공동체 지원 등 7개 분야의 위원회로 구성된 이 자문그룹에는 상원의원부터 대중가수까지 다양한 영국 내 이슬람 주요 인사들이 포함돼 있다. 100쪽에 이르는 이 보고서는 ‘서방 외교정책의 부당성에 대한 인식’이 ‘극단주의적 충동’을 촉발한다고 지적했다. 블레어 정부는 그동안 테러와 이라크 전쟁과의 관련성을 부정해 왔다. 보고서는 이어 특정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를 불법화하는 현재의 반테러 정책은 오히려 이들을 ‘지하화해 미래에 더 큰 문제’를 만드는 것이라며 “일어나지도 않은 테러”에 대한 공격과 이슬람 사원을 폐쇄하는 권한이 필요한지 의문을 제기했다. 보고서는 또 극단주의 무슬림 웹사이트, 서점, 단체 등에 대한 요주의 목록을 만드는 것 역시 “영국 외교정책을 비판하거나 무슬림의 정치적 단결을 촉구하는 사람들에 대한 감시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블레어 총리는 구금일수를 28일로 수정해 통과된 반테러법안에 따라 2개의 이슬람 근본주의 단체를 불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보고서는 ‘테러찬양죄’ 신설에 대해서도 “아랍어나 이슬람 용어에 대한 보안당국의 무지로 세계 이슬람의 자결권 운동에 대한 합법적인 지지까지도 위협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테러찬양죄 조항은 반테러법안의 상원 표결을 앞두고 논란이 되고 있다. 영국 내 자생테러의 근본적 방지를 위한 이슬람 사회와 영국 정부의 장기적인 협력을 위한 첫걸음으로 주목되고 있는 이 보고서는 이슬람 사회의 영국 주류사회로의 참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내무부 블리어스 국장은 보고서의 정책 비판에 대해 “이는 우리 정부가 국민들에게 난감한 부분을 말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정부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요크/김보영 통신원 saekyo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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