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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5.29 11:46 수정 : 2017.05.30 14:34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8일 뮌헨에서 소속 정당인 기독교민주연합이 맥주 파티 형식으로 진행한 선거 유세 중 맥주를 들이켜고 있다. 뮌헨/EPA 연합뉴스

독일 총리, “유럽 운명은 스스로의 손으로 정해야”
나토 중심 미-유럽 관계 근본적 재정립 시사 발언
나토·G7 정상회의 때 트럼프의 독단에 실망 표출

“미국-유럽 관계 새로운 장이 시작됐다” 평가도
순방이 “큰 성공” 거뒀다는 트럼프 내우외환 심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8일 뮌헨에서 소속 정당인 기독교민주연합이 맥주 파티 형식으로 진행한 선거 유세 중 맥주를 들이켜고 있다. 뮌헨/EPA 연합뉴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우리(독일과 유럽)가 (미국 등) 다른 나라들에 전적으로 의존하던 시대는 지나갔다”며 ‘폭탄 발언’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참가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및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뒤 나온 발언으로, 유럽이 독자 노선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70여년간 세계 질서의 핵심 축으로 기능한 대서양동맹에 균열이 생긴 셈이라 파장이 크다.

메르켈 총리는 28일 독일 뮌헨에서 맥주 파티 형식으로 한 선거 유세에서 “우리가 다른 나라들에 전적으로 의존하던 시대는 어느 정도 지나갔다. 이는 최근 며칠간의 경험에서 나온 얘기”라고 말했다고 <데페아>(DPA) 통신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두 차례 정상회의에서 트럼프의 언동이 이런 판단을 내놓은 배경임을 시사한 것이다. 메르켈 총리는 또 “우리 유럽인들은 운명을 스스로의 손으로 만들어가야 한다”, “유럽인들로서 우리는 미래와 운명을 위해 스스로 싸워야만 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물론 미국과 영국, 심지어 러시아 같은 좋은 이웃들과의 우정 속에서” 유럽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자고 했다.

유럽 최강국 지도자의 이런 발언은 뜻밖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가 핵심인 대서양동맹은 2차 대전 이후 유럽의 질서와 방어를 도모하며 대소련 공동전선으로 기능해 왔다. 9·11테러 뒤에는 중동에서 대테러전을 수행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메르켈 총리가 미-유럽 관계에 새로운 장이 열렸음을 선언했다”고 풀이했다. 나토 주재 미국대사를 역임한 이보 달더는 “미국이 이끌고 유럽은 따라오던 시대의 종말이 온 것 같다”, “미국은 주요 이슈들에서 유럽과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으며, 메르켈의 발언은 이런 현실 인식에서 나왔다”고 <뉴욕 타임스>에 말했다.

메르켈 총리의 강경한 태도에는 지난주 벨기에 브뤼셀과 이탈리아 시칠리아에서 연쇄적으로 열린 나토와 주요 7개국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독단적이고 고압적인 태도를 보인 게 직접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의 연설에서 회원국 중 한 나라가 침공당하면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는 나토 헌장 제5조(집단방위 조항)를 재확인하지 않았다. 대신 “28개 회원국 중 23개국이 지급해야 할 비용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며 회원국 정상들을 나무랐다. 또 회원국들의 미지급액이 어마어마하다며 사실과 다른 발언을 했다.

‘유럽 마이 웨이’ 선언 배경에는 파리기후변화협약 문제도 있다. 미국을 비롯한 195개국이 서명한 이 협약에 주요 7개국 중 6개국이 전폭적 지지를 선언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주에 입장을 밝히겠다’며 우려대로 발을 뺐다. 이에 메르켈 총리는 “아주 불만족스러울 뿐 아니라 매우 문제가 있다”며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연합(EU) 지도부와 독일의 대미 무역흑자를 얘기하며 “독일은 못됐다”고 비난하는 등 자유무역 문제를 놓고도 유럽과 대치했다.

메르켈 총리의 발언은 대서양 양안 관계가 새 국면으로 들어서는 이정표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 독일과 프랑스가 이끄는 유럽연합은 영국의 탈퇴 결정(브렉시트) 이후 연합의 이완을 막기 위해 독자 노선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당선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독일과의 전폭적 협력으로 유럽연합을 공고하게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유럽으로서는 나토의 집단방위 조항이 유일하게 발효된 9·11 테러 때 미국을 도왔는데도 면박만 당한 것에 분개하는 측면도 있다.

1·2차 대전 패전국으로 미국에 감히 대들지 못하던 독일 총리가 미국의 유일 패권에 의문을 제기하는 발언을 한 점도 간과하기 어렵다. 그만큼 유럽연합이나 독일의 성장, 미국의 퇴조를 상징하는 셈이다. 초대 나토 사무총장을 지낸 영국의 헤이스팅스 이즈메이는 “러시아를 막고, 미국을 끌어들이고, 독일을 주저앉히는” 게 나토의 목적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물론 독일이 당장 유럽의 평화에 위협으로 등장할 일은 없겠지만, 장기적 관점에서라면 의미심장한 상황으로도 볼 수 있다. 9월 총선에서 4회 연속 총리 자리를 노리는 메르켈 총리한테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비우호적인 독일과 유럽 민심에 호소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러시아 게이트’로 사면초가에 빠진 트럼프 대통령은 귀국 직후인 28일 트위터에 “이번 순방은 미국에 큰 성공이 됐다. 힘들었지만 굉장한 결과를 얻었다”고 자평했지만 독일 총리가 반기를 들면서 더 곤란해졌다. 미국과 유럽 언론들은 일방주의와 고립주의, 이익 추구에만 열을 올린 그의 자업자득이라는 평을 내놓고 있다. 달더 전 나토 주재 미국대사는 “나토 헌장 제5조 지지를 선언하지 않고, 무역 문제로 동맹들을 꾸짖고,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발을 빼려는 행위는 미국이 세계에서 지도적 역할을 하는 데 관심이 적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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