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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1.15 21:04 수정 : 2006.04.14 10:21

푸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전격 개각의 숨은뜻
메드메데프 제1부총리 발탁 “후계 포석”

3선 불출마를 공언해 온 블라디미르 푸틴(53) 러시아대통령의 2008년 후계구도가 구체화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14일 전격적으로 소폭 개각을 단행해 자신의 최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메데프(40) 크렘린 행정실장을 ‘총리’에 버금가는 정치력을 가진 제1부총리에 기용했다. 메드메데프는 국영석유가스회사인 가스프롬의 이사회 의장직은 계속 수행한다. 또 자신의 KGB동료이자 또다른 측근인 세르게이 이바노프(51) 국방장관은 국방개혁과 안보를 책임지는 국방장관 겸 제2부총리로 승진시켰다.

또다른 측근 이바노프 제2부총리 기용
“전진 배치로 대권후보 시험하려는 것”

푸틴 대통령은 또 공석이 된 행정실장에 석유산업에 밝은 튜멘주의 세르게이 소뱌닌(47) 주지사를 발탁하고, 콘스탄틴 풀리코프스키 극동지구 대통령 전권대표와 세르게이 키리옌코 볼가지구 대통령 전권대표를 해임하고 이 자리에 각각 카밀 이스하코프(56) 전 카잔 시장과 알렉산드르 코노발로프 전 바쉬키리 공화국 검찰총장을 기용했다.

이번 개각은 미하일 카시야노프 총리 퇴진 이후 대통령 행정실 쪽으로 기울었던 균형을 행정부 쪽으로 복원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정책적 아이디어가 결여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미하일 프라드코프 총리의 권한을 강화한 것이 아니라, 푸틴 대통령의 측근 실세 2명에게 힘을 몰아줬다고 보는 게 옳다.

모스크바의 정치기술연구소의 정치분석가인 알레세이 마카르킨은 “메드베데프와 이바노프를 최고위직에 등용한 것은 이들 대권후보군을 시험하겠다는 것”이라며 “메드베데프가 1차 후보이고, 앞으로 2년 이상 남은 상황에서 만일의 경우에 대비한 예비후보”라고 분석했다. 그는 누가 다음 총리가 되느냐가 확실한 후계가 되는 길이리고 지적했다.

메드베데프의 전면 등장은 크렘린 내 ‘리버럴그룹’과 ‘실로비키그룹’ 사이에 일종의 타협이 이뤄졌음을 시사한다. 메드베데프와 이바노프는 각각 두 그룹이 미는 대표주자들이다. 두 그룹은 각각 가스와 석유를 아우르는 국영종합에너기업을 지향하는 가스프롬과 러시아 제1의 석유기업을 목표로 한 국영 석유회사 로스네프트를 이익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들의 타협은 이념적이라기 보다는 에너지분야(유코스의 나머지 자회사 등)에 대한 이권 배분이 로스네프트쪽으로 사전에 조정됐음을 의미한다.

메드베데프 제1부총리는 일상적인 국정업무에서 벗어나 보건·교육·주택·농업 등 러시아의 가장 시급한 4대 국정과제만을 총괄하면서 막대한 재정적 지원도 받게 되는 등 유리한 입장에 서게 됐다. 러시아 정부는 이미 인프라 투자기금으로 내년에 24억달러, 2007년에 25억달러, 2008년에 25억달러 등을 책정해 놓고 있다. 따라서 메드베데프는 새로운 병원, 학교. 주택 건설 현장에서 언론에 최대한 노출되면서 지도자로서 이미지를 부각시켜갈 전망이다. 메드베데프가 이사장으로 있는 가스프롬은 유력일간지 <이즈베스티야>와 <세고드냐> 3대 전국 방송 중 하나인 <엔테베> 등 러시아 언론을 이미 사실상 장악하고 있다. 이민저소득층의 불만 폭발로 벌어진 프랑스의 방화소요사태가 이보다 심각한 사회불만이 팽배한 러시아 상황을 잘 알고 있는 푸틴 대통령에게 결정을 당기게 했을 가능성도 있다.

러시아의 후계구도는 러시아의 최대 국부인 에너지를 기반으로 이뤄지고 있음이 이번 개각에서도 드러난다. 메드베데프가 가스프롬 회장직을 계속 유지하고, 석유가스분야에 대해 잘 아는 소비야닌 튜멘주 주지사를 행정실장에 기용한 것도 푸틴 대통령이 에너지분야에 기울이는 관심의 정도를 반영하고 있다. 2008년에 56살에 불과한 푸틴 대통령은 퇴임 이후 메드베데프가 맡고 있는 가스프롬의 회장직을 넘겨받아 막후정치를 벌일 것이란 소문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번 소폭 개각은 그동안 떠돌던 소문이 근거 없는 것이 아님을 확인시켜 준 셈이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푸틴 절대적 신임…후계 1순위

메드베데프는 누구인가

푸틴 절대적 신임…후계 1순위-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제1부총리로 ‘후계의 반열’에 오른 약관의 드미트리 메드베데프(40)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관계를 빼곤 설명할 수 없는 인물이다. 차분하고 빈틈없는 업무처리 능력과 변함없는 충성 그리고 이에 대한 푸틴의 절대적인 신임은 승승장구의 배경이 됐다.

푸틴과 동향인 페테르부르크(당시 레닌그라드) 출신인 메드베데프는 1990년 레린그라드 자다노프국립대학에서 법학박사학위를 받은 뒤 잠시 조교수로 재직하다 발탁돼 1990~1995년 페테르부르크시의회 의장 보좌관 겸 시장실의 대외관계위 법률자문역을 맡았다. 당시 시장은 푸틴의 첫번째 정치적 대부였던 아나톨리 소브차크였고, 시장실 대외관계위원장에 이어 부시장을 지내던 푸틴과는 이때 인연을 맺었다.

소브차크 시장이 선거에 패배한 뒤 푸틴과 잠시 헤어져 페테르부르크에서 목재회사의 법률자문역을 하던 메드베데프는 1999년 11월 석달전 총리로 취임한 푸틴의 부름을 받고 총리실 부실장으로 중앙무대에 처음으로 진출했다. 그해 12월31일 옐친 대통령이 전격 퇴진하고 푸틴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이 되자 메드베데프는 크렘린 행정실 인사 담당 부실장으로 옮겨 2000년 3월 푸틴의 대통령선거운동을 성공적으로 지휘했다.

빈틈없는 업무능력…‘페테르부르크 리버럴’ 대표주자

2000년 6월 크렘린 행정실 제1실장으로 승진하면서 빅토르 체르노미딘을 대신해 국영가스회사 ‘가스프롬’ 이사회의 의장에 취임했다. 지난 대선 당시 비판적이었던 올리가르키 소유의 언론들을 가스프롬이 모두 사들인 것도 그의 조처로 알려져 있다. 공무원조직과 지방행정조직 개편작업 등 푸틴의 의지를 반영한 개혁작업을 주도했고, 크렘린 내 옐친계의 마지막 거물인 알렉산드르 볼로쉰 행정실장의 퇴진 이후 뒤를 이어 크렘린의 2인자 자리를 차지했다.

그동안 언론에 자주 얼굴을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가스프롬 경영 문제 등으로 그를 접해본 러시아 국내외의 경제계 인사들의 평은 긍정적이다. 크렘린 내 또다른 흐름인 KGB 출신 등 보안기관 출신의 ‘실로비키’들과는 달리 메드베데프는 자유주의적 사고를 하는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수감 호도르코프스키 ‘편지 정치’

‘좌향좌’ 기고문 언론 발표…대통령 출마선언?

수감 호도르코프스키 ‘편지 정치’
[통신원 리포트 - 모스크바] 러시아에서 시베리아 유형이나 해외 망명 생활은 권력의 의도와는 달리 예로부터 정치적 반대자들을 급성장시키는 계기가 되곤 했다. 현재 이 전통은 공산청년동맹 출신의 젊은 은행가에서 러시아의 최대 석유재벌 그리고 이제는 탈세 등 혐의로 동시베리아 치타에서 수감생활 중인 전 ‘유코스’ 회장 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42)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11일 그는 다소 파격적인 제안을 담은 ‘좌향좌-비젼 2020’라는 제목의 전면 기고문을 러시아 주요언론들에 발표해 건재를 과시했다. 본인이 원했던 원치 않았던 간에 호도르코프스키는 현재의 푸틴 체제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인물로 부각되고 있다.

그는 지난 8월 ‘좌향좌’라는 언론 기고문에서 권위주의적인 푸틴 체제를 막기 위해 자유주의세력과 공산당, 로디나를 포함한 ‘사회민주세력 대연합’를 주장한 적이 있어 이번 기고는 ‘좌향좌2’로 불린다. 이번 기고에 대해 일부 언론이 “대통령 출마선언”이라고 평할 만큼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좌향좌2’는 포퓰리즘적 성격을 띠면서도 수정주의적인 러시아 리버럴의 입장 변화를 ‘좌향좌’란 표현으로 웅변하고 있다. 그는 우선 한때 스스로 가장 큰 수혜자였던 지하자원에 대한 ‘기생주의적’ 정책을 끝장내야 한다고 선언한다. 현재 러시아는 소련으로부터 물려받았던 자산을 소진한 채 시스템적인 위기에 몰려있으며 현 지배세력으로는 이 위기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고유가로 중대된 국가수입을 경제성장과 생활수준 향상에 투입함으로써 공평 분배와 사회보장 확대 등 좌파적 정책의 도입을 촉구했다.

푸틴 퇴장 이후 12년간의 러시아 발전계획을 담은 ‘비전 2020’에는 지식산업의 발전과 국방개혁을 포함한 러시아 근대화를 위한 전략적 목표들이 총막라되고 있다. 군사력 재건에 500억달러, 출산인센티브로 100억달러 등 약 1조달러에 대한 소요재원의 조달을 위해 90년대 사유화 떼돈을 번 자신을 포함한 기업인들에게 초과이득세(횡재세)를 부과할 것 등을 제안하고 있다.

이렇듯 그의 ‘좌향좌’ 주장은 ‘안정’이라는 러시아 국민 정서법에 호소한 푸틴적 권위주의와 같이 ‘공평정당함’이라는 또다른 러시아 국민 정서법에 호소하는 측면이 강하다. 자유주의 자본가 호도르코프스가 새로운 체제를 위한 이데올로기적 기초로서 국가적 간섭주의 혹은 가부장적 국가주의를 거침없이 옹호하고 있다는 점은 어떤 면에서는 러시아적 넌센스를 그대로 대변해 준다고 할 수 있다.

모스크바/노한승 통신원 kismos@hanaf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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