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9.07 11:33
수정 : 2017.09.07 11:42
모스크바법원, 몸무게 탓 국제선 배제 아에로플로트 승무원들 승소
지난해부터 살찐 승무원 국제선 탑승 금지…급여 감소
“연료 절약 위해”·“비상시 굼떠”…차별 이유도 황당
러시아 최대 항공사 아에로플로트의 승무원들이 살이 쪘다는 이유로 국제선에서 배제되고 보너스 차별을 받았다며 낸 소송에서 승소했다. 이 사건은 차별적 가이드라인만큼이나 그 ‘명분’이 웃긴 사건이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6일 모스크바 법원이 아에로플로트 여성 승무원 2명이 낸 소송에서 이들의 손을 들어줬다고 보도했다. 법원은 ‘48 사이즈’ 이하의 유니폼을 입은 승무원만 국제선에 투입하도록 한 조처는 부당하다며, 항공사는 두 사람에게 각각 2만2천루블(약 43만원)과 1만6천루블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아에로플로트는 지난해부터 옷 사이즈를 기준으로 한 가이드라인을 시행했다. 여성 승무원은 ‘사이즈 48 이하’여야 하고, 남성 승무원도 살이 많이 찌면 안 된다는 내용이다.
여성 승무원 2명은 이 조처로 국제선 근무에서 배제돼 보너스에서 손해를 보게 됐다며 소송을 냈다. 옷 사이즈가 52라는 에브제냐 마구리나 등이 낸 소송에서 1심 법원은 항공사 손을 들어줬다.
가장 뜨거운 논쟁이 벌어진 것은 법정이 아니라 이들이 지난 4월 항소 방침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할 때였다. 마구리나는 “직업적 성공과 옷 사이즈가 무슨 상관이냐”고 따졌다. 이때 아에로플로트 편을 드는 기자 한 명과 경제학자 한 명이 큰소리로 반박하고 나섰다. 두 남성의 논리는 첫째, 세계 10위권 항공사로 도약하려는 아에로플로트에게는 승무원들 외모도 중요하며, 승객들은 예쁜 승무원을 원한다는 것이다. 둘째, 승무원 600여명이 몸무게 초과 판정을 받았는데 이후 살을 빼는 데 실패한 사람은 50명뿐이다. 셋째, 비상시에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승무원은 위험할 수 있다. 그러니 가이드라인에 오히려 감사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이런 주장을 거침없이 내놓은 경제학자 니키타 크리체프스키는 “마구리나는 큰 가슴이 일생 동안 도움이 됐다더니 이제는 해가 된다고 주장한다”, “나도 요 몇년 새 20㎏을 뺐다”며 인신공격까지 가했다. 항소심 판결에 대해 아에로플로트는 법원이 명시적으로 성차별과 외모 차별이라고 한 것은 아니라며 만족감을 나타냈다고 <타스> 통신이 전했다. 또 가이드라인을 손보겠다고 했다. 아에로플로트는 4월 기자회견 때 여러 ‘논리’를 편 두 남성은 자사의 공식 입장을 밝힌 것은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아에로플로트는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승무원은 비행기 연료를 더 소모하게 만들고 비상시에 민첩하게 행동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이유로 ‘사이즈 차별’을 합리화해왔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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