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1.22 19:40
수정 : 2005.11.22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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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세유는 왜 불타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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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 없는 종교정책 덕”
실업률·극우 지지율 높은데도
프랑스 휩쓴 ‘방화소요’ 비껴가
지난 3주간 프랑스 전역이 이민자 소요사태로 불탔지만, 남부 도시 마르세이유는 피해가 미미했다. 소요사태가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도 방화건수는 20여건으로 평소의 두 배 가량 늘었을 뿐이었다. 야간 통행금지령도 내리지 않았다.
마르세이유는 실업률이 14%로 전국 평균인 10%보다 더 높다. 지중해를 끼고 있어 인구 80만명 가운데 이민자 비율이 프랑스 내 다른 어떤 대도시보다 높고, 가장 전투적인 노조들이 있다. 지역사회는 양극화돼, 인구의 4분의 1이 무슬림(이슬람신자)이고, 20% 이상이 반 이민 정책을 고수하는 극우파 국민전선당을 지지한다. ‘악조건’을 두루 갖춘 마르세이유가 소요사태에 휩쓸리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월스트리트저널>은 장 클로드 고댕(66) 시장의 종교 포용정책 덕분이라고 21일 분석했다. 프랑스 정부는 1905년부터 철저히 종교와 국가를 분리하는 정책을 지키고 있다.
그러나 고댕 시장은 1995년 시장에 당선된 뒤 무슬림, 유대인 등 종교지도자들과 친밀한 관계를 쌓아 왔다. 7개 종교 지도자들의 모임인 ‘마르세이유 희망’은 시가 임금을 주는 직원들이 실무를 맡고 있다. 이 단체는 95년 극우파들이 한 무슬림 학생을 살해했을 때 사회 구성원들이 진정하도록 이끌었다. 시 당국은 최근에는 공동묘지 한 켠에 이슬람식 무덤을 만들 공간을 따로 내줬다. 각종 종교 단체에 시 예산 지원도 아끼지 않는다.
한쪽에서는 정부와 종교의 융합이 또다른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하지만 마르세이유 지도자들은 이 방안이 사회의 긴장을 완화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윤진 기자
mind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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