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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1.23 18:01 수정 : 2005.11.23 18:01

오렌지혁명 1주년을 맞은 22일 저녁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의 독립광장에 모인 10만여명의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빅포르 유셴코 대통령의 연설을 경청하며 오렌지색 깃발을 흔들고 있다. 키예프/AP 연합

우크라이나 르포

“우크라이나에 영광을!”

꼭 1년만인 22일 저녁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예프 중심에 있는 마이단(독립광장)은 다시 한번 오렌지색 물결로 뒤덮였다. 1백만명이나 됐다고 했던 지난해에 비해 크게 줄어든 10만여명이 모여들었지만, ‘오렌지혁명’은 아직도 진행중이라는 점을 보여주기엔 충분한 듯했다. 퍼붓는 눈발은 1년 전과 똑같았다. 하지만 부정 선거를 규탄하던 비장했던 지난해와 달리, 이번엔 록음악 공연과 보드카, 열정적인 연설 등이 한데 어우러져 축제 분위기를 한껏 연출했다.

축제 분위기속 분열 흔적도

그러나 올해는 오렌지 일색은 아니었다. 하늘색과 노란색이 어우러진 우크라이나 깃발 밑에 분홍색을 덧댄 율리아 티모셴코 전 총리의 깃발과 블라디미르 리트빈 국회의장이 이끄는 ‘우크라이나 국민당’의 남색 깃발 등이 오렌지색 깃발 사이로 군데군데 나부꼈다. 어제의 혁명동지들이 불과 1년 사이에 갈라섰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같은 시각 동부 도네츠크지역과 남부 크림반도에서는 야당인 빅토르 야누코비치를 지지하는 청백기가 펄럭였다.

오후 8시께 큰 박수 속에 중앙무대에 등단한 유셴코 대통령이 ‘갈라선 혁명동지’인 티모셴코의 볼에 키스를 하며 포옹할 땐 오렌지 혁명의 두 영웅을 연호하는 함성이 마이단을 뒤덮었다.

“자기 존경심 갖게 됐다”

갈라선 두 사람의 키스는 형식적이었지만, 시민들은 두 사람의 화해를 갈망했다. 22일 <채널5>가 실시한 전화설문조사에서도 시민들은 총선 이전(36%)이나 이후(44%)에 두 사람이 화해할 것으로 내다봤다. 티모셴코는 유셴코에 화해의 연설을 했고, 유셴코는 “혁명세력의 단합”을 외쳤다. 하지만 두 사람의 화해에 대해선 그 누구도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부인과 함께 오렌지 목도리를 하고 마이단을 찾은 키예프 출신의 선원 알렉산드르 사포노프(42)는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다”며 기대를 표시했다. 키예프의 건축공대 강사인 올가 샤울스카야(48)는 “1년은 아직 평가하기 이르다. 월급인상률이 물가인상률을 따라잡지는 못하지만 돈을 바라고 혁명을 일으킨 것은 아니다. 혁명을 통해 우리가 스스로를 존경하게 된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혁명 1년을 맞은 지금 우크라이나 사람들의 가슴 속엔, 빈곤과 부패에서 벗어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충족되지 못한 점에 대한 불만, 혁명세력의 부패와 분열에 대한 실망감이 교차하고 있다.

여전한 빈곤·부패엔 실망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새 정부가 공약이행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우크라이나인들은 절반이 넘는다. 지난 2월 대통령 취임 직후 거의 50%에 달하던 유셴코 지지율은 현재 7명당 1명선으로 떨어졌다. 확고한 시장개혁을 하지도 못했고, 임금과 연금을 인상하는 포퓰리스트정책으로 물가는 오르고 지난해 12.7%이던 경제성장률도 올해는 2.8%로 떨어졌다. 부패청산을 약속했지만 쿠치마 전정권의 고위인사 중 처벌된 사람은 없었다. 야당과 타협해 오렌지혁명의 명분인 부정선거를 저지른 자들을 사면해 혁명정신을 스스로 배신했다. 최근에는 최대 철강회사 크리보리지스탈의 매각으로 확보한 48억달러의 사용처를 놓고 혼선을 빚는 등 경제계획 구상이 없다는 한계를 드러냈다.

물론 공포 시대는 사라졌다. 언론 자유는 확대됐고, 오렌지혁명 이후 국민들은 의사표현에 적극적으로 변모했다. 내년 초부턴 의회권한이 강화된 민주적 정치개혁이 이뤄질 예정이다.

하지만 내년 3월 총선을 앞두고 우크라이나는 다시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티모셴코와 결별한 유셴코는 야누코비치와 손을 잡은 데 이어, 최근에는 티모셴코와 야누코비치의 밀약설이 나오는 등 갖가지 소문이 무성하다. 경제발전센터 소장 알렉산드르 파스하베르는 주간 <코레스폰덴트>와 회견에서 “혼란스런 정치상황도 민주화의 증거”라고 평가했다.

“언제든 국민이 권력 통제”

키예프의 정치학자 코스티 브이호프스키는 최근 주간 <블라다>에 실린 기고문에서 “오렌지 혁명은 국민이 권력을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며 “국민의 권리를 침해할 때 국민들은 언제라도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키예프/정영주 통신원 loveruhan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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