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2.02 18:29
수정 : 2005.12.02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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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를 듣고 있는 독일 노인 청강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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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청강생 절반이 은퇴 전문직
에르빈 토이펠(66) 전 바덴뷔르템부르크 주지사는 지금은 뮌헨대학 철학과 학생이다. 지난 시절 생업에 종사하느라 접어야 했던 교양·지식에 대한 열망을 충족시키려는 노인들이 대학에 몰려들고 있다. 이들은 강의시간 직전에 헐레벌떡 강의실에 뛰어들어오는 젊은 학생들과 달리 일찌감치 자리를 잡고 앉아 진지하게 수업준비를 한다. 전직 의사, 변호사 등 주로 전문직 출신인 이들은 대학에서 주로 문학, 철학, 역사학 등을 공부하며 노년을 즐기고 있다.
정부 통계를 보면, 지난해 겨울학기에 등록한 청강생은 3만8900여명이었다. 이 가운데 절반이 은퇴한 노인들이다. 10년 전에 비해 2배로 늘었다. 일부 대학에서는 노인학생이 늘자 노인학 강좌를 개설하거나, 청강생에게도 졸업장을 주기도 한다.
노인청강생이 많은 대학은 젊은 학생들이 힘들이지 않고 노인들과 교류할 수 있는 실험장이기도 하다. 쾰른대 교육학과 하르트무트 마이어볼터스 교수는 “노인들과 함께 공부하는 대학은 고령화 사회에서 나이든 고객을 상대하게 될 젊은 학생들에게 미래의 고객들과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재정난을 겪고 있는 대학들이 최근 들어 노인 청강생에게도 등록금을 요구하면서 노인 청강생 증가 추세가 위협받고 있다. 지난해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와 헤센주의 대학들은 한 학기에 약 500유로(70만원)의 등록금을 받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노인 청강생들은 독일 등록금 없이 약간의 학생회비를 내면 자유롭게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최근 일반 대학생들에게도 등록금을 받는 법안 도입을 추진하고 있어 학생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글·사진 베를린/한주연 통신원
juyeon@gmx.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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