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10.18 14:56
수정 : 2018.10.18 19:40
|
세실리아 말름스트룀 유럽연합 집행위원.
|
무역전쟁 대신 협상 택한 미국-유럽 후속협상 난항
급기야 서로를 향해 감정 섞인 비난 공방 벌여
|
세실리아 말름스트룀 유럽연합 집행위원.
|
“미국은 회담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뭐라고, 우리 회의할 때 딴 데 있었나?”
지난 7월 ‘대서양 무역전쟁’의 휴전을 선언하며 협상을 시작한 미국과 유럽연합(EU)의 후속 논의가 난항을 빚고 있다. 급기야 양쪽은 서로에게 협상 지연의 책임을 전가하며 날카로운 말싸움을 벌였다.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은 17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세실리아 말름스트룀 유럽연합 통상담당 집행위원을 겨냥해 “그는 우리가 만날 때 다른 회의에 가 있었던 것 같다. 우리의 목적은 협상을 신속히 진행해야 한다는 요구에 부응하는 것이고, 양쪽의 관세와 기준(비관세장벽)이 포함된 (협상) 결과물을 신속히 내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럽연합이 무책임한 태도를 고수한다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인내심이 무한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앞서 말름스트룀 집행위원은 “미국은 지금까지 여기(유럽연합과의 협상)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공은 여전히 그쪽 코트에 있다. 우리는 아직 협상을 시작하지 않았다”며 협상 지연의 책임을 미국에게 돌렸다. 그의 발언이 나오자 미국이 발끈하고 나선 것이다.
‘미국 제일주의’를 전면에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초 유럽연합산이 포함된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며 대서양 무역전쟁의 포문을 열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7월20일 자동차를 제외한 공업 제품에 대한 관세·비관세 장벽을 철폐하는 것을 목표로 협상하기로 합의하며 서로를 향해 퍼부은 보복 조처를 유예했다. 그러나 3개월이 지나도록 의미 있는 후속 협상을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트럼프-융커 합의가 “구체성이 떨어지고, 대서양 양쪽의 가장 큰 위협 요소를 해소하는 데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전문가들의 회의적인 평가를 전했다. ‘가장 큰 위협 요소’란 미국이 전 세계를 상대로 부과를 위협하는 자동차 관세를 뜻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으로 개정한 뒤 기자회견에서 “(유럽산) 차에 20%, 25%의 관세를 매긴다고 하자 (그들이) ‘협상을 시작하고 싶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고든 선덜랜드 주유럽연합 미국대사의 ‘위협’은 로스 상무장관보다 한발 더 나아갔다. 그는 말름스트룀 집행위원이 양쪽의 무역 이슈에 “의미 있게 관여하려는 어떤 움직임도 없이 완전히 비타협적”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오늘과 같은 발언을 더 듣게 된다면 그의 인내심은 끝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