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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가스 파이프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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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기공식을 벌인 북유럽 가스관 사업은 47억5천만달러를 들여 총연장 1200㎞의 가스관을 북해 바닷속으로 건설해 독일과 네덜란드, 영국까지 가스 직거래를 가능케 한다. 이 사업은 정치적으로 관계가 안 좋고 통과료를 부담해야 하는 우크라이나와 폴란드를 경유한 대륙 루트를 통하지 않고 러시아로선 대단히 매력적이다. 전체 가스 수입량의 36%를 러시아에 의존하는 독일로서도 가스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해가 일치한다. 2007년부터 연 27.5bcm의 가스가 공급되고, 2012년부터는 55bcm까지 늘려 수송할 예정이어서 우크라이나 등 기존 육상 노선 가스 수송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슈뢰더는 독일 총선 10일 전인 지난 9월8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러시아의 가즈프롬(51%)과 독일 에너지기업 에온(24.5%)과 화학업체 바스프(24.5%)가 ‘북유럽 가스관’ 사업 협정서에 서명토록 했었다. 전직 정부수반이 재임 시 자신이 재가한 외국과의 이권사업에 이렇게 빨리 참여하는 것은 바람직한 모양새는 아니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슈뢰더가 전격 기용된 데는 전적으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입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독일 내에서는 전직 정부 수반이 자신의 재임 시절 허가한 사업에 이토록 발빠르게 참여한 데 대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그동안 슈뢰더가 러시아의 민주화 후퇴와 체첸의 인권을 거론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이로 인해 이득을 취했다는 것이다. 슈뢰더의 기용은 독일과 러시아간의 정치·경제 협력의 수준을 보여준 것이지만, 서유럽의 정치적 거물을 앞세움으로써 노선을 둘러싼 주변국들의 불만을 잠재우는 효과를 거두는 일석이조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슈뢰더에 대한 독일내 비판은 또다른 푸틴의 인맥이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옛 소련에서 국가보안위원회(KGB) 요원 생활을 한 푸틴 대통령은 독일 커넥션만큼은 따로 챙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가스관회사의 집행이사역을 맡고 있는 마티아스 바르니그는 옛 동독 정보기관 ‘슈타지’ 출신으로 80년대 말 케이지비 요원이던 푸틴과 인연을 맺었던 인물이며 그동안 드레스드너 은행그룹의 러시아사업담당 책임자였다. 드레스드너 은행은 지난주 가스프롬반크의 주식 3분의1을 8억달러에 매입하기도 했다.
푸틴이 이끄는 러시아에 대한 대외적 이미지가 아무리 나빠진다고 해도, 유럽 내에서는 기꺼이 러시아에 협력하겠다는 이들이 줄을 서고 있는 실정이다. 푸틴 대통령이 에너지에 대한 국가통제권을 강화하는 것도 러시아의 에너지가 유럽을 주무를 수 있는 힘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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