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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2.14 18:27 수정 : 2005.12.14 18:38

CIA 비밀수용소 보고서 공개

‘미 중앙정보국(CIA)이 유럽에 비밀수용소를 운영하며 민간인들을 납치해 감금했다’는 인권감시기구 유럽평의회의 조사보고서가 13일 공개됨에 따라 유럽 사회가 당혹해 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에 적극 협력하면서, 또다른 한편으로는 자유와 인권을 존중하는 줄타기 외교의 치부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13일 이라크 전쟁에 반대했던 프랑스와 스페인 정부를 비롯해 유럽 각국 정부들이 실상은 대부분 현실 이익을 추구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겉으로는 자유와 인권을 강조하면서, 속으로는 실리 챙기기를 더 중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지난달 출범한 독일의 좌우 동거 정부는 레바논계 독일인 칼레드 엘 마스리(42)가 지난해 미 중앙정보국에 끌려가 불법 감금돼 있었던 것을 크게 공론화하지 않고 있다. 이는 미국과의 관계를 다시 공고히 하려는 시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독일 테러리즘연구소 전문가인 카이 히르슈만은 유럽은 미국이 인권침해 행위를 한 것이 밝혀지면 미국에게서 등을 돌릴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마스리의 경우에서 이 인식이 깨졌다”고 말했다.

더욱이 미 중앙정보국의 유럽 내 비밀수용소 운영에 유럽연합 회원국들도 개입했다는 의혹도 풀리지 않은 상태다. 비밀수용소 운영 의혹을 조사한 유럽평의회 딕 마티 조사관은 13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회원국들의 관련 여부를 판단하기에는 이르다”고 밝혔지만, 회원국들이 자국 영토에서 벌어지는 중앙정보국의 활동을 몰랐다는 주장에는 많은 의문점이 남는다.

미국이 관타나모나 아부그라이브 등의 포로수용소에서 고문을 자행한 증거도 유럽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일부 관리들은 유럽이 (공범 혹은 적어도 방관자이면서도) 책임을 피해가려고만 한다고 비판한다.

헤이스 데 브리스 유럽연합 반테러 조정관은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테러와의 전쟁에서 기본 원칙은 (자유와 인권 등의) 가치들을 지키는 것”이라며 “이는 넓은 의미에서 안보를 지키는 것과 다른 자유들을 지키는 것의 균형점을 항상 찾아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윤진 기자 mind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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