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3.28 16:45
수정 : 2019.03.28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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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정부가 난민들에게 납치됐다고 주장한 터키 유조선 엘히블루 1호가 28일 오전 몰타 발레타항에 접근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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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범죄 우범지대’ 리비아로 “돌아갈 수 없다"
이탈리아 살비니 “난민들 해적 행위” 비난
몰타 군 선박 탑승, 항구에 입항… 난민들 경찰에 넘겨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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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정부가 난민들에게 납치됐다고 주장한 터키 유조선 엘히블루 1호가 28일 오전 몰타 발레타항에 접근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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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108명이 리비아 주변 해역에서 자신들을 구조한 상선을 납치했다고 이탈리아 정부가 27일 밝혔다. 난민 문제에서 강경 노선을 고수한 이탈리아 포퓰리즘 정부가 납치 사건을 강하게 비난하고 나서면서 유럽 내 반난민 정서가 더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이탈리아 <안사>(ANSA) 통신은 이날 터키 유조선 엘히블루 1호가 남성 77명과 여성 31명을 구조해 리비아 트리폴리 항구에 인접했을 때 배가 갑자기 북쪽으로 선수를 틀었다고 보도했다. 외신들은 리비아로 되돌아가는 것을 두려워한 난민들이 강제로 배를 방향을 돌렸다고 전했다. 이탈리아와 몰타 정부는 선박의 진입을 막기 위해 항구를 폐쇄하고 해군 특수부대를 투입하는 작전을 준비했다.
이후 무장한 몰타 해군 특수부대원들이 선박에 탑승했고, 군의 통제하에 28일 오전 선박이 몰타 발레타항에 입항했다. 몰타 정부는 “배를 납치한 난민들이 조사를 위해 경찰에 인계됐다”고 밝혔다.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 겸 내무장관은 “조난한 난민들의 해적 행위”라며 자신들을 구조한 선박을 납치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북아프리카의 리비아는 가난과 유럽으로 가려는 난민들에게 기회의 땅이자 죽음의 문턱을 넘나드는 생지옥이다. 유엔난민기구 보고서를 보면, 리비아에 설치된 난민 캠프는 공권력이 미치지 않아 난민들이 고문과 인신매매, 성폭력에 노출돼 있다. 2011년 카다피 정권이 무너진 후 발생한 권력 공백 상태에서 무장 군벌들이 이런 반인권적 범죄를 주도했다. 캠프는 질병을 치료할 의료진이 없고 정수된 물도 없을 정도로 열악하다. 최근 이탈리아 등 지중해 국가들이 난민 유입을 막기 위해 항구를 봉쇄하고 수색·구조 작업을 축소하면서 난민들의 유럽행은 더 어려워졌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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