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친스키 폴란드 대통령 취임…부패척결 다짐

지난 10월 폴란드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에서 승리한 레흐 카친스키(56)가 23일 대통령에 취임했다.

폴란드 공산정권 붕괴 이후 세번째 대통령에 오른 카친스키는 이날 취임 연설에서 부패를 척결하고 경제를 회생시킬 것이라고 약속했다. 우파 정당 법과 정의(PiS) 출신의 카친스키 대통령은 과거 공산 정권과는 거리를 둘 것이라고 밝혀 폴란드의 서구화를 강력히 추진할 것임을 예고했다. 카친스키 대통령은 자신의 재임 기간에 미국과 관계를 공고히 하고 러시아와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수 우파 정당인 법과 정의는 지난 9월 총선에 승리해 카지미에르즈 마르친키 에비츠 총리 정부를 출범시킨 데 이어 카친스키 대통령 취임으로 대통령직도 장악하게 됐다. 카친스키의 쌍둥이 형제인 야로슬라브 카친스키가 총리직을 당내 경제 전문가인 마르친키에비츠에게 양보함에 따라 쌍둥이 대통령-총리는 탄생하지 않았지만 카친스 키 형제는 당과 정부에 막강한 영향력을 갖게 됐다.

전임 알렉산드르 크바스니예프스키 대통령은 두 차례의 임기 동안 폴란드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 가입시키고(1999년) 지난해에는 유럽연합(EU) 가입에 성공하는 등 폴란드의 서구화를 진척시킨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재임 중 빈번하게 발생한 부패 스캔들로 좌파 정권은 국민의 신뢰를 잃었으며 경제난을 극복하는데 실패해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참패했다.

폴란드 대통령은 일반 행정에 대해서는 권한이 없지만 법안 거부권을 통해 의회 를 견제하고 외교 정책에 대한 최종 결정권을 갖고 있다. 또한 군 통수권자로서 국가 수호를 최종 보장하며 국정을 조정, 통합하는 권한을 갖고 있다.

카친스키 대통령은 외교 정책에 있어 급진적인 변화를 경계하면서 온건한 변화 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선거운동 기간 미국과 관계를 외교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둘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인근 국가인 독일 및 러시아와 관계 개선을 추진할 것임을 밝혔다.

카친스키는 1970년대에 반공산당 민주화 운동에 참여하면서 정치적 여정을 시작 했다. 그는 1980년 그단스크의 연대노조 파업에 참여함으로써 연대노조 지도자 레흐 바웬사와 인연을 맺었다. 바웬사를 도와 연대노조의 합법화를 쟁취하는데 공헌한 그는 1989년 연대노조 부위원장에 오르고 하원의원에도 당선됐다. 바웬사의 측근으로 활동한 카친스키는 1990년 바웬사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보안장관에 임명됐다.

카친스키는 지난 2000년 6월부터 2001년 7월까지 우파 정부에서 법무장관직을 수행하면서 강력한 반 부패 단속으로 국민의 인기를 모으기도 했다. 그는 2001년 법 과 정의 창당을 주도했으며 2002년 바르샤바 시장에 당선돼 대통령 선거 직전까지 시장직을 유지했다.

카친스키는 가톨릭 가치관과 전통을 중시하고 동성애와 낙태 등의 이슈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하는 등 보수적인 성향을 보이고 있다. 송병승 특파원 [e-mail] (베를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