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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 베를린시청 앞 포츠다머 광장에서 공장 폐쇄 반대집회를 벌이고 있는 삼성SDI 베를린공장 직원과 가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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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원리포트] 헐값인수 큰 흑자뒤 “공장 폐쇄”
대량실직 노동자들 실망·분노
동베를린의 삼성SDI 공장 폐쇄가 독일인들, 특히 베를린 시민들의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삼성 쪽은 지난 12월29일 반대하는 직원들과 추가지원책에 합의해 공장 폐쇄 강행의지를 분명히 했다. 삼성 쪽은 공장폐쇄 이후에도 애초 800개의 일자리 가운데 50개만 남겨두려던 계획에서 90개의 일자리를 남겨두고, 해고일자를 3월말로 늦춰져 3개월간의 봉급을 더 지급하고 장년층 직원들에게 2년간 봉급의 80%를 지급한다는 양보안을 직원들과 합의했다. 삼성 쪽의 양보는 지난해 9월22일 베를린 공장 폐쇄를 공식 발표한 이후 수개월간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벌여온 눈물겨운 투쟁을 벌여온 7백여명 직원들에 대한 작은 보상인 셈이다. 선물을 사러 다니고, 명절을 준비하느라 행인들의 발걸음이 분주했던 지난 연말 베를린시청 앞 포츠다머 광장에선 삼성 SDI 베를린공장의 수백 명의 직원들은 매일 공장폐쇄 반대집회를 열었다. 크리스마스 때도 직원과 그 가족들이 함께 모여 공장 앞에서 크리스마스예배를 올리기도 했다. 텔레비전 브라운관을 생산하는 삼성SDI 베를린 공장은 지난 93년 파산상태에 놓였던 옛 동독 기업 WF를 거의 무상으로 인수받아 세운 것이다. 독일 정부가 모두 3천만유로의 국가보조금을 지급하면서 내세운 기준은 2005년 12월 31일까지 공장을 유지하는 것이었다. 이는 외국계 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은 일자리를 창출, 유지하기 위한 독일 정부 정책의 일환이다. 삼성 쪽은 삼성 쪽은 공장 폐쇄의 이유로 브라운관 생산이 낮은 채산성을 들었다. 그러나 보조금을 받고도 미래지향적인 사업에 투자하지 않고 시효가 만료되자마자 문을 닫는 삼성의 처사는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게된 삼성 직원에게 뿐만 아니라 베를린 시정부와 금속노조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베를린 시정부와 베를린 삼성직원들은 채산성 있는 품목 생산에 투자할 것을 삼성측에 예전부터 계속 요구했었다. 독일 <체데에프(ZDF)>방송의 시사프로그램인 ‘프론탈’에서는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며 삼성 베를린 공장이 2004년에 6억 2천만 유로의 흑자를 기록하는 업체임에도 더 많은 이익에만 급급해 공장폐쇄한다며 비판했다. 베를린 시의회의 미하엘 뮐러 의원(사민당)는 “국가 보조금을 받고 수입을 올렸던 회사는 종업원 전체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소재지인 베를린에 대해서도 사회적 책임이 있다.”며 “삼성은 이번 일로 독일 내에서 누리고 있던 명성에 치명적 손상을 입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독일 유력지 <타게스차이퉁>도 “앞으로 베를린 시민들은 핸드폰이나 텔레비전을 사기전에 삼성제품을 구입하기 전에 세 번은 더 생각할 것”이라고 논평했다. 이번 공장폐쇄 반대 투쟁을 주도했던 삼성 베를린 공장 경영 참여 노동자위원회 위원장은 “일자리 사수투쟁에서는 패했지만 우리의 투쟁이 없었다면, 이 정도의 물질적 성과도 없었을 것”이라고 자위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해고 직원들은 어쩔 수 없이 공장 폐쇄에 동의하게 된 것에 대해 실망과 분노가 크다. 공장 폐쇄반대 투쟁에 열심히 참여했던 한 직원은 프랑크푸르트룬트샤우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삼성은 큰 이득을 얻고서도 파산 직전에 있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베를린을 떠나는 기업은 삼성뿐만이 아니다. JVC, 건설기계회사 CNH도 공장을 철수할 예정이다. 베를린/한주연 통신원 juyeon@gmx.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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