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1.09 22:26
수정 : 2006.01.10 00:36
프랑스 ― 독재형,독일 ― 민주형,영국 ― 엘리트형
“프랑스, 독일, 영국의 선장들이 각각 ‘기업’이라는 배를 움직일 때, 프랑스인은 자문을 구하지 않고 권력을 행사하려 하고 독일인은 겸손을 강조하며 영국인은 그의 결정이 도전받는 걸 좋아한다.”
지금까지 기업을 움직이는 리더십은 국적이나 문화와 관계없이 일정한 유형을 띨 것이라는 통념을 깨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시장조사 기관 ‘모리’가 최근 프랑스·독일·영국의 최고경영자 200명을 대상으로 지도력 유형 조사를 벌인 결과, 책임감·지위·의사결정 과정 등에서 나라별로 차이가 나타났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9일 보도했다. ‘모리’의 분류를 보면, 프랑스인 최고경영자는 ‘독재형’, 독일인은 ‘민주형’, 영국인은 ‘엘리트형’에 해당한다.
‘자신의 결정이 도전받는 것이 기쁘다’고 응답한 사람은 프랑스 기업인 10명 가운데 3명에 불과했다. 반면 독일인은 절반 가량, 영국인은 9명이 그렇다고 대답했다. 프랑스 최고경영자 3분의 2가 ‘간섭받지 않고 의사 결정을 내릴 자유’를 지도자가 누릴 수 있는 것의 하나로 꼽았다. 독일 최고경영자는 46%, 영국 기업인은 39%만이 그렇다고 대답했다. 독일(50%)과 영국(70%)의 경제 리더들이 지도자의 특권으로 꼽은 것은 기업의 역량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이었다. 이에 동의하는 프랑스 리더는 14%에 그쳤다.
국제 인적자원 컨설팅 회사인 ‘디디아이’(DDI)의 유럽 담당 스티브 뉴홀은 “독일인들은 권력의 책임을 받아들이지만 떠벌이고 다니지는 않는다”며 “반면 프랑스에서 높은 지위에 있거나 회사를 소유하는 것은 성공의 표시”라고 말했다.
독일 최고경영자들은 사회적 양심, 권한에 따른 책임 등을 중요시했다. 조사 대상자 중 절반 가량이 가장 큰 근심거리 셋 중 하나로 ‘사람들의 미래에 영향을 줄 힘든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대답했다. 이는 영국(28%)과 프랑스(20%)보다 높은 수치다. 또 독일인 10명 중 4명은 또다른 우려사항으로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꼽았지만, 영국인은 10명 중 2명만 그렇다고 답했다. 이는 실패를 더 나은 미래를 향한 기회로 보는 앵글로-아메리칸 민족(영국인)의 특징 때문이라고 ‘모리’는 분석했다.
영국 리더들은 가장 낙관적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영국 경제 환경이 다른 지역보다 더 안정적이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나라별로 많은 차이점들이 있지만, 세 나라 모두 개인적인 시간이 부족한 점이 공통적인 걱정거리로 나타났다”며 “또 권력보다는 책임을, 개인의 성공보다는 조직의 성공을 더 중요시했다”고 분석했다. 뉴홀은 “어떤 지도자든 위험한 것은 이 세 가지 유형 중 한가지 면만 갖는 것”이라며 민주적이거나 엘리트적인 스타일이 필요한 문화 영역에서 독재자 유형을 보인다면, 실패하고 말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일의 성격에 따라 다른 종류의 지도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진 기자
mind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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