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의 아나톨리 그리센코 국방장관은 크림반도의 세바스토폴항 기지를 이용하는 러시아 흑해함대의 기지 사용료를 4배 인상할 것을 시사했다. 그리센코 장관은 17일 우크라이나 일간지 <코메르산트>와 회견에서 “매우 중요한 에너지분야에서 양국관계가 ‘형제관계’에서 ‘시장관계’로 바뀌었다면 양국관계의 다른 분야에서도 그런 조처를 고려하는 것은 논리적인 것”이라며 ‘보복’ 의사를 분명히 했다. 휴양지인 크림반도 지역은 토지 수요가 크지만 공급은 부족한 편이라며 그 이유를 밝혔다.
아나톨리 키나흐 국가안보위원장도 다음달 초 안보위가 흑해함대 문제를 다룰 예정이라고 밝혔다. 1997년 합의에 따라 두 나라는 소련 시절 흑해함대를 양분하고, 우크라이나는 2017년까지 러시아 흑해함대의 세바스토폴항 이용을 허용하는 대신 연 9300만달러의 기지 사용료를 받기로 했었다.
그러나 2004년 오렌지혁명으로 집권한 빅토르 유셴코 대통령이 친서방 정책을 취하면서 두나라 관계는 급속히 냉각됐다. 이달 초 러시아 가스값 인상을 둘러싼 분쟁은 달라진 두나라 관계의 실상을 보여준 것이었다.
앞서 우크라이나는 지난 주 러시아 흑해함대가 관할해온 얄타의 등대 관할권을 회수했고, 또다른 곳의 등대 관할권도 회수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 흑해함대는 우크라이나 영토인 크림반도의 요충지 100곳 가운데 35곳을 관할하고 있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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