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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수당이 시간제 임금보다 많다면 누가 일하려 할까?”
“실업자로 지낼 때 받는 각종 보조금이 파트타임으로 일하면서 받는 월급보다 더 많다면, 누가 굳이 일을 하려 할까?” 프랑스가 유럽에서 가장 앞서가는 사회보장의 기본틀을 유지하면서도 도덕적 해이를 막을 수 있는 실업대책을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프랑스의 실업률은 지난 몇년 동안 9~10%를 오르내릴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 청년실업률은 20%를 넘나든다. 지난해 11월 이민 2~3세 젊은이들의 방화시위도 실업대책의 실패가 빚은 비극 가운데 하나다. 실업자 증가로 실업수당 지출이 늘어나면서 연금 적자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지난 18일 방문한 프랑스 전국상공업고용연합(UNEDIC·위네딕)은 이 문제의 해결책을 찾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위네딕은 노동자들의 실업수당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민간기관이다. 노동자 대표와 고용주 대표가 같은 비율의 의결권을 갖고 있다. 이 곳에서 결정한 내용은 정부 승인을 거쳐 국가 정책으로 확정된다. 실업수당 재원은 노동자와 고용주가 내는 돈으로 충당한다. 국가 지원은 전혀 없다. 보험처럼 고용기간에 불입금을 내야, 나중에 실직했을 경우 실업수당을 받을 수 있다. 전체 실업자의 50% 정도가 이곳에서 돈을 받는다. 나머지 50%는 정부 예산으로 운영되는 각종 보조금을 받아 생활한다. 잔 뷔르통 위네딕 홍보담당은 “지난해 수입은 220억유로, 지출은 240억유로였다”며 “실업률이 떨어지지 않아 지난 3년간 누적 적자가 140억유로(약 17조원)에 이른다”고 말했다. 부족한 돈은 민간은행에서 빌리거나 채권을 발행해 조달한다. 위네딕의 시급한 목표는 하루빨리 실업자의 재취업률을 높여 적자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실업자가 줄면 실업수당 지출은 줄어드는 반면 취업자들의 불입금은 늘어나 한번에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위네딕은 2년 전부터 실업자 재취업교육에 한 해 10억유로씩을 들여 실업자 줄이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재취업 교육의 성공 여부는 대략 6개월 안에 결정이 된다고 한다. 뷔르통은 “이 기간에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면 장기실업자가 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노동자의 기술이 노후화해 기업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개인적으로도 자신감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더욱 근본적인 대책은 재취업 의지를 높이는 것이다. 실업수당 지급 대상이 아닌 경우, 국가가 주는 연대수당을 받는다. 평균 연대수당은 한 달 600유로(약 70만원)로, 최저임금(1200~1300유로)이나 평균 실업수당(약 1000유로)에 비해서는 금액이 적지만, 기간 제한 없이 받을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또 소득이 없는 빈곤층은 국가, 지자체, 위네딕 등 여러 기관에서 동시에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국가가 주는 연대수당과 시가 주는 주택보조금에 개인 상황에 따라 미혼모 수당 등을 추가로 받으면,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노동자보다 소득이 더 많은 경우가 흔하다. 일단 임금을 받으면 각종 수당지급은 중단되기 때문이다. 브뤼통은 “이런 모순을 해결하기 위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좌파에선 노동자들의 임금을 올려서, 우파에선 보조금 기준인 최저 생활비 액수를 낮춰서 해결하자는 식으로 맞서 있다고 그는 전했다.파리/윤진 기자 mind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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