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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1.26 19:53 수정 : 2006.01.26 19:53

“진부한 미국식 대신 유럽의 경험 공부하라”

“한국의 미래를 창조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면, 한국 고유의 경영 방식을 만들고 싶다면, 미국이 아닌 유럽에서 경영학을 공부하라.”

프랑스 최고의 상경 그랑제꼴로 꼽히는 고등경제상업학교(ESSEC·에섹)의 피에르 타피(48) 총장은 “미국 모델은 너무 잘 알려져 있으며, 한국에는 (오랜 역사와 다양한 전통 속에서 상업을 일으킨) 유럽의 경험이 더 유익할 것”이라고 자신있게 주장했다. 그는 프랑스인들의 창조성도 한국인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1907년 설립 전세계 70개국 3700명 재학
이론과 실무·영어와 불어 함께 배워 장점

그랑제꼴은 프랑스 고유의 학제로, 소수정예 엘리트를 양성하는 기관이다. 대학 과정이지만, 일반 대학(유니베르시테)과는 학생 선발이나 학제 등이 달라 ‘대학 위의 대학’으로 불린다. 타피 총장은 그랑제꼴총장회의 부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그랑제꼴은 광범위한 영역을 배우면서 동시에 전문분야를 깊이 있게 공부할 수 있는 곳”이라며 “이론 수업과 실무 경험을 반복하며 수업하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무엇보다 인문학적 소양을 먼저 쌓아야 한다는 점을 덧붙였다. 고전적이고 근본적인 지식이 바탕에 깔려 있다면, 어떤 분야를 택하더라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도요타가 제너럴모터스를 앞지를 수 있었던 경영방식이 바로 그랑제꼴 원리라고 말했다. 새 자동차 구상에서 소비자 판매까지 보통 60개월이 걸리던 것을 도요타는 설계·제작·마케팅 등 여러 단계 중 일부를 동시에 진행시켜 16개월로 단축시켰다.

에섹은 1907년 경제·상업 분야를 이끌 일꾼들을 기르기 위해 설립됐다. 전세계 70개국에서 온 3700명 가량의 학생들이 경영학 학사, 엠비에이(MBA), 명품 엠비에이, 경영학 박사 등 35개 과정에서 공부하고 있다.

국제화 시대에 걸맞은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에섹은 외국 대학과 교류 프로그램을 대폭 늘렸다. 경영학 학사 과정 학생들은 3학년이 되면 6~18개월을 의무적으로 교환학생이나 이중학위제 등을 이용해 외국 학교에서 공부해야 한다. 1년에 교환학생으로 오는 학생이 200명에 이른다. 200개에 이르는 다양한 선택과목을 운영하고 있는 것도 에섹의 자랑거리다. 타피 총장은 “파리는 행정적 수도이면서 동시에 정치·경제·문화의 수도”라며 “수업은 영어로 진행되기 때문에, 외국 학생들은 영어와 불어 실력을 동시에 키울 수 있다”면서 에섹의 수업 환경을 내세웠다.

프랑스 정치·경제·과학 등 대부분 영역의 지도층들이 그랑제꼴 출신일 정도로 그랑제꼴은 프랑스에서 최고 교육기관으로 명성을 날리고 있지만, 외국에서는 널리 알려지지 않은 게 사실이다. 또 평등을 강조하는 프랑스가 지나치게 엘리트중심 교육기관에 의존하고 있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고 있다. 그는 그랑제꼴은 프랑스만의 독특한 제도가 아니라고 말했다. 예컨대 하버드대학을 이루는 각각의 전문과정 학교들도 일종의 그랑제꼴이라고 설명했다. 엘리트주의 비판에는 “모든 나라가 엘리트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이 있다. 한국에 서울대가 있고, 영국에 옥스퍼드가 있고, 일본에 도쿄대가 있는 것과 같다”라며 반박했다. 타피 총장 자신도 이과계열에서 프랑스 최고의 그랑제꼴로 꼽히는 ‘에콜 폴리테크니크’를 졸업한 엘리트다.

글·사진 파리/윤진 기자 mind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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