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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6.11 19:15 수정 : 2006.06.11 19:15

한류·개방 바람타고 올 투자 10억달러 육박예상
자원개발·건설사업 활발…뒷돈거래 등 위험도 커

지난 8일 오후 베트남 수도 하노이의 하이바쯩 거리에 자리잡은 빈콤시티 백화점. 삼성전자와 엘지전자의 가전제품을 비롯해 드봉, 미샤와 같은 낯익은 화장품들이 층별로 잘 진열돼 있다. 가전 유통업체인 캐링의 판매직원 튜엔은 “소니와 파나소닉으로부터 디지털 텔레비전을 수입해 팔고 있지만 한국산 인지도가 더 높다”고 말했다. 이 백화점 1층의 목 좋은 곳에 매장을 둔 드봉화장품은 랑콤, 시세이도 등 세계 유명 브랜드를 제치고 베트남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 이유석 엘지생활건강 베트남법인장은 “한류 열풍과 프리미엄 전략이 잘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1990년대 중반부터 베트남 시장을 파고들던 한국 기업들이 한류 바람을 타고 진출 10년 만에 투자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베트남 휴대전화 시장에서 노키아에 이어 2위에 올랐고, 엘지전자는 에어컨과 텔레비전, 디브이디, 시디롬 등 4개 제품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한국기업들의 베트남 투자는 초창기 섬유, 의류, 가방, 신발 등 노동집약적 산업분야에서 건설, 통신, 자원개발 등으로 다각화하고 있다.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기업은 벌써 1천개를 넘어섰다. 이 가운데 60% 정도가 2000년 이후 진출했다. 해마다 200여개씩 한국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한국기업들의 베트남 투자 규모는 5억5100만달러로 5년 전에 비해 8배 늘었다. 올 들어서는 1~5월에만 4억4천만달러여서, 이 추세라면 연말까지 10억달러에 육박할 기세다. 채경호 하노이 한국무역관 과장은 “베트남 정부가 경제성장을 위해 더 많은 외자유치를 필요로 하고 있고 다음달 1일부터는 내·외국인 투자 차별을 없애는 새로운 투자법을 시행할 예정이어서 한국 기업들이 몰려들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들어 가장 활발한 투자 움직임은 자원개발, 통신, 건설사업 등이다. 석유공사, 가스공사, 에스케이 등이 단독 또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유전개발과 정유공장 설립 등에 참여하고 있고 주택난을 해소하기 위한 새도시 건설사업도 활기를 띄고 있다. 대우건설 하노이지사의 노병권 과장은 “올 초 코오롱건설, 대원, 동일하이빌 등 5개 건설사와 컨소시엄으로 하노이 인근에 207㏊ 면적의 새도시 개발권을 따냈다”며 “2014년까지 1만5천가구를 짓는 대규모 프로젝트”라고 말했다.

아시아에서 중국 다음으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베트남의 최근 5년간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7.4%에 이른다. 지난해 성장률은 8.4%였다. 물론 위험 요소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부정부패가 가장 골칫거리다. 현지 가이드인 김관호씨는 “지난달 폐막한 전당대회에서 베트남 공산당이 경제성장과 함께 부정부패 척결을 내세울 만큼 뒷돈 거래 관행이 횡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말 주베트남 한국대사관이 코트라와 공동 조사한 것을 보면, 한국 기업들은 베트남 정부의 불투명한 행정 등 관료들의 부패를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불확실한 통계도 사업 위험을 키우는 요인이다. 예컨대, 베트남 인구는 8300만명으로 발표되지만 비공식 인구까지 합치면 1억명에 이른다. 정확한 집계가 이뤄지지 않다보니 시장조사가 쉽지 않은 것이다. 소재·부품 산업이 부족하고 전력사정이 좋지 않은 것도 약점이다.

그럼에도 베트남에는 무턱대고 찾아오는 한국 투자자들이 줄을 잇고 있다. 김영웅 하노이 한국무역관장은 “한달 평균 30~40건은 이런 식의 묻지마 투자 문의”라고 말했다. 그는 “단기이익을 좇다 낭패보는 사례도 적지 않다”며 “사회주의 국가인 베트남의 법과 제도, 문화를 이해하고 세밀한 사업전략을 세워야만 ‘코리아 프리미엄’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노이/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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