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6.11 19:15
수정 : 2006.06.11 19:15
“월세 5천달러! 그것도 현금으로.”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의 아파트 임대료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사방에서 비명소리가 터지고 있다. 최근엔 아파트 월세가 평균 5천달러 수준(한화 500만원)까지 올랐다. 월세 500만원짜리라고 해도 특별히 화려한 집들이 아니다. 30평 안팎에 방 2~3개가 딸린 평범한 중산층용 아파트일 뿐이다. 미국 뉴욕이나 영국 런던과 같이 물가가 비싼 도시들도 이 정도 아파트면 월세가 2천~3천달러 수준이다.
더구나 현금을 밝히는 집주인을 만나면 꼼짝없이 현금으로 내야 한다. 한국 주재원들은 모스크바 집주인들이 13% 정도의 소득세를 피하기 위해 현금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모스크바의 코트라 독립국가연합(CIS)본부 김민환 부본부장은 “3~4년 전부터 모스크바의 임대료가 뛰기 시작했다”며 “우리 상사 주재원을 비롯한 외국 기업인들은 물론 러시아인들도 집세 탓에 고생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대료가 이처럼 뛰는 것은 무엇보다 러시아 경제가 호황을 구가하면서 주민들의 소득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여유가 생긴 주민들이 너도나도 아파트를 찾는데,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외국기업들까지 모스크바 부자들의 주머니를 노리고 앞다퉈 들어오다 보니 이들이 거주할 아파트 수요도 늘어 임대료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모스크바에 진출한 우리나라 상사 주재원 가운데 일부는 현지 아파트를 사들여 임대료 수입을 챙기는 민첩함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모스크바 시내는 곳곳이 아파트 공사 현장으로 바뀌고 있다. 주러시아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시중에 돈이 많고 공급이 수요를 따라 잡지 못해 수년 사이에 모스크바의 부동산 값이 두배 이상 뛰었다”며 “당분간 이런 추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모스크바/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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