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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7.14 19:00 수정 : 2006.07.14 23:29

요사노 가오루 일본 금융경제재정상이 14일 도쿄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금리 인상과 관련한 정부의 방침을 밝히고 있다. 일본 중앙은행은 6년 동안 계속된 ‘제로 금리’를 깨고 이날 금리를 0.25%로 인상해, 일본 경제가 10년 불황에서 회복했다는 분명한 신호를 보냈다. 도쿄/AP 연합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세계 주요 증시가 동반급락했다. 또 일본이 5년4개월 만에 ‘제로금리 시대’의 막을 내리고 금리인상을 단행하면서 세계 경제의 돈줄 흐름에도 변화가 점쳐지고 있다. 세계경제가 불확실성이 한층 높아지면서 다시 요동을 치고 있는 것이다.

“국제 유동성 축소 더욱 빨라질 것”

‘엔 캐리 트레이드’에 충격
국지적 위기발생 가능성
“일 회복은 세계 동력” 낙관론도

“일본 경제는 회복 중, 세계 경제는 요동 중.” 일본이 마침내 제로금리 시대의 막을 내렸다. 14일 일본은행은 이틀 동안 열린 금융정책협의회 결과 기준금리인 무담보 콜론 목표금리를 현행 0%에서 0.25%로 올리기로 결정했다. 제로금리 시대 탈출은 일본 경제가 20년 가까운 디플레이션의 터널을 완전히 벗어났음을 공식선언하는 것이다.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일부 투자수요는 이미 과열단계라는 평가마저 나온다.

금리인상 소식이 전해진 14일, 세계 금융시장은 크게 요동쳤다. 이영원 푸르덴셜투장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중동 정세 불안으로 말미암은 유가 급등과 세계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맞물렸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두 가지 방향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우선 일본의 내수 회복세가 빨라질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오석태 씨티은행 경제분석팀장은 “그간 미국 혼자서 맡아온 세계 경제의 성장동력에 일본도 가담하는 효과를 가져와 세계 경제 불균형을 극복하는 과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간 세계 경제는 미국의 ‘과다 소비·과소 저축’과 그에 대응하는 동아시아의 ‘과다 저축·과소 소비’라는 불균형 조합으로 유지돼 왔다.


문제는 또다른 방향의 흐름이다. 일본의 금리인상 때문에 세계 경제를 이끄는 돈줄의 흐름이 달라질 수 있다. 미국에 이어 일본마저 금리인상 대열해 합류함으로써 국제 유동성이 줄어드는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경제분석기관인 게이브칼의 연구 결과, 일본발 유동성이 줄어들었을 때 미국 경제는 어김없이 침체국면으로 돌아섰다. 1973~74년, 79~80년, 90년에 이어 2000년에도 일본은행의 통화량 공급이 즐어든 지 몇 달 뒤엔 미국경제가 약세를 면치 못했다.

후쿠이 도시히코 일본은행 총재가 14일 도쿄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제로금리를 포기하고 금리를 인상한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도쿄/AFP 연합

제로금리 시대의 부산물인 ‘엔 캐리 트레이드’의 향방 역시 논란거리다. 이는 제로금리인 엔화로 자금을 빌려 다른 나라의 자산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일본이 제로금리 시대에서 벗어나면서 일본발 뭉칫돈이 대이동을 시작할 가능성도 커졌다. 물론 엔 캐리 트레이드의 정확한 실체를 놓고는 의견이 갈린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전세계에 풀린 엔 자금 규모를 1천억달러로 추정한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하루에 거래되는 자금 규모가 대략 2조달러를 넘어서는 것에 견주면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지난 7일 금통위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의 움직임은 이미 시장에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국제 금융시장을 교란한 경험은 많다. 98년 러시아 경제위기를 가져온 장본인은 엔 캐리 트레이드로 무장한 헤지펀드였다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다. 올해 3월 일본은행이 양적 완화정책이 끝났다고 발표한 당일, 아이슬란드 시장을 공략하던 엔 자금이 일시에 빠져나오면서 주가가 하룻만에 20%나 폭락했다. 국제 유동성이 급속히 줄어들어 국지적인 위기 발생 가능성이 커진 요즘,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화약고가 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일본의 금리인상으로 달러화 약세 기조는 더욱 굳어질 공산이 커졌다. 불안한 국제 정세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나타나면서 달러화 가치 하락을 일시적으로 떠받칠 수는 있겠지만, 대세를 되돌릴 수는 없다는 데 대부분 동의한다.

이번 금리 인상에도 당분간 일본 금리는 낮은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일본 역시 금리인상을 향한 첫걸음을 내디딘 이상,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은 어느때보다 짙어졌다.

최우성 기자 morgen@hani.co.kr

14일 도쿄의 한 증권회사의 주식 전광판에 행인들의 모습이 반사되고 있다. 도쿄/AF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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