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9.25 19:04
수정 : 2006.09.25 19:04
폴슨 방중 전후 연일 강세…중 정부 개입한 듯
환율정책 큰 변화조짐 없어 미국 여전히 불만
헨리 폴슨 미국 재무장관이 지난주 중국을 방문했으나 미-중 사이 중요한 현안의 하나인 위안화 문제에서 큰 진전을 보지 못했다. 폴슨 장관은 중국 고위 인사들과 위안화 변동의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는 데는 공감했지만 속도와 시기에서 의견이 갈렸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폴슨 방중에 맞춘 위안화 강세=그럼에도 위안화는 달러화에 연일 강세다. 9월 들어 시작된 위안 가치 상승은 폴슨의 중국 방문이 있던 지난주 더 두드러졌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중국 당국이 폴슨의 방중 등을 의식해 이런 조처를 취한 것으로 보고 있다. 환율 개혁 속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 중이라는 인상을 주려고 연출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위안-달러 환율은 지난 22일 1달러= 7.9195위안을 기록해 한주전보다 0.30% 내려, 위안화 가치는 상승했다. 8월말에 비해서는 위안 가치가 0.42%나 올랐다. 5월에 8.00위안이 깨진 점을 감안하면, 최근 상승속도가 한결 가파르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달에는 당국이 고시한 기준환율을 중심으로 한 하루 변동폭도 8월까지의 두배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미국 쪽이 여기에 만족할 리 없다. 그래봐야 작년 7월 위안 가치를 2.10% 평가절상한 이후 상승폭이 2.22%에 그치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줄어들 낌새가 보이지 않는다. 폴슨의 중국 방문에도 성과가 없자 의회 등에서는 대중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찰스 슈머 상원의원 등은 중국산 수입품에 27.5%의 관세를 물리는 법안을 이번주 표결에 부치겠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이 법안이 일단 상원을 통과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폴슨이 법안 처리를 유보하도록 요구하고 조지 부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지만, 중국으로서는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위안화 절상 효과는?= 중국도 위안화 절상을 가속화해야 한다는 점은 인정한다. 미국과 유럽연합 등의 압박에다 경기과열을 식혀야 할 필요 때문이다. 특히 수출 호조에 따른 무역흑자와 외환보유고 급증은 통화관리 등에 큰 짐이 되고 있다. 위안화 가치 절상은 이런 문제를 푸는 데 한몫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은 선뜻 그러지 못한다. 위안화 급상승으로 수출이 타격을 받으면 농촌지역까지 여파가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출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 가운데는 농촌 출신이 적지 않다. 이들의 송금이 농촌을 적잖이 돕고 있다. 또한 중국 정부는 위안화가 크게 뛰면 1980년대의 일본처럼 디플레이션의 늪에 빠지지 않을까 걱정한다. 일본은 미국 압력으로 엔화 가치를 대폭 절상한 뒤 환율관리 등에 실패하면서 장기불황을 겪게 됐다고 보는 것이다. 미국 스탠포드대학의 로널드 매키넌 교수 등은 이를 이유로 위안화의 급격한 절상에 반대한다.
일부에서는 위안화 환율의 유연성이 크게 높아져도 대미 무역흑자가 생각만큼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분석한다. 타일러 코웬 조지메이슨대 교수 등은 중국의 경우 가공무역 비중이 커, 위안화 가치가 올라가도 완제품 조립에 들어가는 부품의 수입가격이 낮아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럴 경우, 최종 수출가격의 상승폭이 작아 수출에 주는 타격은 크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미국이 저축을 늘리고 수입수요를 줄이는 등의 근본해법을 쓰지 않으면 무역적자가 쉽사리 줄어들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코노미스트>는 고유가가 이미 짐이 되는 상황에서 위안화가 강세를 띠면 중국산 수입품 가격이 올라가 미국 등의 인플레 압력이 더 높아질 수도 있다며, 이런 점에서 폴슨 재무장관은 내심 위안화 강세를 그리 열망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위안화는 다시 국제금융계의 중요한 관찰거리가 됐다. 최근의 상승세가 얼마나 지속될지 속단하기는 어렵다. 하루 변동폭이 현재의 0.3%에서 1.0%로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가 하면, 1년 안에 위안화가 5% 이상 절상될 것이라고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파이낸셜타임스>는 가까운 시일안에 중국 환율정책이 크게 바뀔 조짐은 아직 없다고 내다봤다.
이경 선임기자
jae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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