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셰 총재, 추가 금리 인상 시사
유럽중앙은행(ECB)은 5일 기준 금리를 현행 3.0%에서 0.25% 포인트 인상한 3.25%로 결정했다.ECB는 이날 파리에서 열린 정례 금융통화정책 회의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 금리를 0.25% 포인트 인상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ECB는 지난 해 12월 회의에서 2003년 6월부터 2%로 유지해 온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상한 데 이어 3월, 6월, 8월 회의에서 다시 각각 0.25% 포인트씩 인상한 바 있다.
지난 해 12월 이후 5번째 단행된 이번 금리 인상으로 ECB의 금리 수준은 5년만의 최고를 기록했다.
ECB는 이날 중앙은행 예금금리와 한계대출 금리도 각각 0.25% 포인트 올려 2.25%와 4.25%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ECB의 이번 금리 인상은 시장이 예상한 바 있다. 경제 전문 블룸버그 통신이 ECB 정례 금리정책 회의를 앞두고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조사에 참여한 분석가 50명 전원이 ECB가 이번 달에 기준금리를 3.0%에서 3.25%로 0.25% 포인트 올릴 것이라고 응답했다.
장 클로드 트리셰 ECB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유로존(유로화 가입 12개국)의 내수가 강세를 보이고 경기 회복세가 지속됨에 따라 추가로 금리를 인상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트리셰 총재는 유로존 성장 조건이 견고하기 때문에 내년까지는 성장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해가 바뀌는 시기에 일부 가변적인 상황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트리셰 총재의 이 같은 발언은 올해 안으로 추가 금리 인상이 단행될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트리셰 총재는 9월 금리 발표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유로존의 인플레에 대해 `강력한 경계(strong vigilance)'를 펼칠 것이라고 말해 10월 회의에서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임을 시사했다.트리셰 총재는 금리 인상을 단행하기 직전 마다 `경계'라는 용어를 사용 하면서 인플레 억제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유로존의 경제 상황은 금리를 인상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으로 분석가들은 보고 있다.
유로존 국가의 기업신뢰지수와 소비자신뢰지수 등 경기지표가 호전되고 있으며 실업률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유럽 최대의 독일 경제가, 내수가 살아나고 기계 주문이 크게 늘어나는 등 뚜렷한 회복 조짐을 보임에 따라 유로존 경제의 성장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ECB는 올해 유로존의 물가상승률이 ECB의 억제 목표치인 2%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분석가들은 ECB가 오는 12월에 다시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분석가들은 금리 인상이 올해 안으로는 더 이상 단행되지 않을 것이며 내년 상반기에 유로존의 경기 여건에 따라 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경제가 약세를 보이고 유로존 최대의 독일 경제가 내년에는 부가가치세 인상의 여파로 성장률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내년도 경기 전망이 불투명하다고 분석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또한 최근 국제유가가 하락세를 보여 인플레 압력이 완화된 것도 금리 인상을 늦출 수 있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송병승 특파원 songbs@yna.co.kr (베를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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