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日발매..'회사 사활 건 주력 제품'
물량부족, 가격, 부실 콘텐츠가 골칫거리
"주사위는 던져졌다"
소니의 차세대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3(PS3)'가 11일 일본에서 세계 최초로 데뷔전을 가졌다. 미국 시장은 이보다 약간 늦은 17일 물량이 풀린다.
PS3는 소니의 사활이 걸린 '승부수'다. 배터리 리콜 사태로 최대 600억엔(약 4천764억원)의 손실을 보게 된 상황에서 전세 역전을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
엄청난 개발 비용도 부담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소니의 게임 사업부는 PS3 관련 지출로 인해 내년 2천억엔(약 1조5천880억원)의 적자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PS3의 승패가 하워드 스트링어 현 소니 회장의 자리 보전 여부를 판가름할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 "팔 물건이 없다?" = 상황은 PS3에 전혀 유리하지 않다.
최대 문제는 물량 부족. 회사 측은 제품에 탑재되는 레이저 다이오드 부품을 대량 생산하는데 실패하자 올해 일본과 미국 시장에 공급하는 PS3 물량을 종전 400만대에서 200만대로 '반토막'냈다. PS3 출시를 기다리던 많은 팬들에게 '제품이 없어 못 판다'는 난처한 변명을 해야 할 처지인 셈.
실제 일본의 유명 게임점 '아소비트시티(AsoBitCity)'는 출시 당일 PS3 판매량을 각 매장 당 20대로 제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임기 시장의 최대 라이벌인 마이크로소프트(MS)가 이 틈을 노려 세력을 넓히는 것도 큰 걱정거리다. MS는 올 9월까지 차세대 게임기 'X박스360'을 600만대 팔았고 연말까지 총 판매 대수를 1천만대까지 늘릴 계획이다.
소니는 올해 일본과 미국 외에는 PS3 출시 계획이 없다. 때문에 이 2개 시장에 할당된 물량인 200만대가 다 팔려도 PS3는 X박스360과 비교해 세계 보급률이 5분의1 수준에 그쳐, 시장 선점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 "왜 이렇게 비싸지" = PS3가 지나치게 고가라는 반응도 골칫거리다.
소니는 최근 20GB(기가바이트) 하드디스크를 탑재한 보급형 모델의 일본 판매가를 5만9천980엔에서 4만9천980엔(약 39만6천800원)으로 대거 내렸지만, 2만9천800엔(약 23만6천600원)인 X박스360에 비하면 아직 가격이 너무 높다는 지적이 높다.
게다가 닌텐도가 이번 달 선보이는 게임기 '위(Wii)'는 판매가가 2만5천엔(19만8천500원)에 불과하다.
PS3로 밖에 할 수 없는 '단독' 게임이 적다는 불평도 크다. 소니가 선보이는 PS3 게임 21편 중 14편은 다른 게임기에서도 발매되는 '멀티 플랫폼(Multi-Platform)' 작품이다. 가격이 비싸지만 다른 게임기에 비해 특별히 나은 점이 별로 없다는 평이 나오는 것이다.
PS3에 비해 하드웨어 성능이 많이 떨어지는 위가 게임 콘텐츠 면에서 PS3보다 낫다는 말을 듣는 것도 소니로서는 '악재'다.
특히 위는 사용자의 컨트롤러 움직임을 그대로 반영하는 '행동감지형' 게임을 대거 선보여 E3 등 국제 게임쇼에서 '신선하고 재미있다'는 반응을 얻은 바 있다.
다이와연구소(Daiwa Institute of Research)의 수석 애널리스트인 카주하루 미우라는 최근 FT와의 인터뷰에서 "PS3가 (위에 비해) 고급 기능과 미려한 그래픽을 갖췄으나 실제 게임은 위가 더 재미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태균 기자 tae@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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