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6.12.04 16:31 수정 : 2006.12.04 16:31

연간 최대 3천500억달러로 추산되는 인도 소매시장은 시쳇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이 시장을 놓고 세계 1위의 유통업체인 월마트와 인도 재계서열 1위인 릴라이언스가 맞붙었다.

인도 시장을 호시탐탐 노려왔던 월마트는 복합브랜드 유통업체의 직접투자를 금지하는 규정의 폐지를 기다리다가 결국 인도 재계서열 5위의 바르티그룹과 손을 잡았다.

이는 릴라이언스가 시장을 독식하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에서 비롯됐을 수도 있다. 월마트가 세계 소매시장의 최강자라 하지만 릴라이언스도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누가 이기게 될까.

월마트와 프랜차이저 계약을 맺은 바르티는 인도 월마트는 철저하게 `인도풍'으로 가겠다는 입장이다. 바르티 엔터프라이즈의 라잔 미탈 사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매장을 인도인의 취향에 맞출 필요가 있다"면서 "그것이 양사가 손을 잡은 이유"라고 말했다.

그의 이런 발언은 월마트가 한국과 독일에서 겪은 쓰라린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월마트는 한국에 16개의 매장을 내고 2년간 손실을 보다가 지난 5월 철수했고 7월에는 독일에서도 85개의 매장을 메트로에 넘기면서 발을 뺐다.

미탈 사장은 첫번째 매장을 내기 전에 인도인들의 쇼핑 습관이나 좋아하는 디자인 등을 철저하게 연구하고 경쟁사들의 경험을 두루 살펴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도 소매시장은 크게 체인점과 같이 전국 유통망을 갖춘 분야(OS:organized sector)와 구멍가게 수준의 모래알식 점포를 의미하는 비조직화된 부문(US:unorganized sector)으로 나뉜다. 비율로는 전국적으로 1천500만개나 되는 US가 전체 소매시장의 97%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US의 성장률은 거의 정체돼 있는 반면 OS는 연간 30%의 빠른 성장률을 보이면서 2015년이면 시장규모가 지금보다 15배가 많은 600억달러로 증가할 전망이다. 전체적인 비중도 5년 내에 10∼12%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월마트가 주목해야 할 분야는 인도인들의 쇼핑문화는 외국인들과 크게 다르다는 사실이다.

현재 인도를 대표하는 체인점인 `빅 바자'를 운영하는 팔라툰의 경우 한때 매장을 질서정연하게 꾸몄다가 나중에 디자인을 완전히 뜯어 고쳐야만 했다. 백화점처럼 구획을 나누고 물건을 가지런하게 정리해 놨더니 손님들이 구경만 하고 지나갈 뿐 도무지 지갑을 열지 않았기 때문.

회사측은 결국 과거의 방식인 `기획된 혼란(designed chaos)'으로 회귀할 수 밖에 없었다는게 키쇼레 비야니 사장의 설명이다. 그는 "인도 소비자들은 매장의 물건이 `엉성하게 정열돼' 있는 것을 보면서 마음이 편한함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바르티에 앞서 소매시장에 뛰어든 릴라이언스는 그들만의 독특한 매장운영 전략을 보여주고 있다.

릴라이언스는 지난달 하이데라바드에 시범적으로 개설한 총 11개의 식료품점인 `릴라이언스 프레시'에서 꽃을 파는 코너도 함께 열었다. 힌두교도들이 거의 매일 신에게 꽃을 바친다는 점을 염두에 둔 포석이다. 회사측은 또 인도에 채식주의자가 많고 육류를 `혐오'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는 점을 감안해 채소와 육류의 판매점은 물론 공급체제도 철저하게 따로 편성했다.

릴라이언스는 2011년까지 56억달러를 투입, 총 784개 도시의 6천개 타운에 하이퍼마켓과 슈퍼마켓, 할인점, 백화점, 편의점, 특산품점 등 다양한 형태의 유통망을 만들어 소매업으로만 연간 1조루피(223억달러)의 매출을 올린다는 야심찬 목표를 갖고 있다. 이번 달에는 뉴델리 22곳을 비롯해 전국 주요 대도시에도 매장을 낸다.

회사측은 특히 농산물을 농민들로부터 직접 구입함으로써 유통마진을 아예 없애기로 했다. 또 농산물은 비교적 후한 가격에 매입함으로써 농민들의 생활수준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결국 농민들을 주요 고객으로 끌어들이는 등 전국 생산지에서 최종 소비자에 이르는 유통 전 과정을 총괄하는 `팜투포크(farm-to-fork)'형 유통을 지향한다는 전략이다.

홍보담당 매니저인 샬리니 쿠마르는 4일 연합뉴스에 "우리가 최근 2년간 전국 주유소에 휴게실을 설치해 소비문화를 연구하는 등 소매산업을 철저하게 연구해 왔던 반면 바르티는 소매산업에 전혀 경험이 없다"는 말로 자신감을 표시했다.

그는 또 주요 공략대상이 중산층이냐는 질문에 "11억의 전 국민이 타깃"이라고 잘라 말하고 "농촌에도 단계적으로 매장을 열게 된다"고 설명했다.

월마트와 바르티가 제휴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난달 27일 릴라이언스의 무케시 암바니 회장은 "인도 소매시장은 6-8개 정도의 `헤비급' 선수들이 활동할 여지가 충분하다"며 적극적인 환영의 뜻을 밝혔다.

총 14억달러를 투자되는 월마트와 바르티의 합작회사는 바르티가 전면에서 매장을 운영하고 월마트는 공급체인과 물류, 다른 지원업무 등을 맡는 식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바르티는 내년 8월부터 단계적으로 인도 전역에 수 백개의 월마트 매장을 낼 계획이다.

그러나 월마트는 프랜차이저 계약에 따라 매장의 소유권은 갖지 못한다. 지금으로서는 월마트가 독자적인 매장 계획을 포기했는 지 여부는 명확하지 않다. 특히 인도에 진출하는 외국기업 사이에 "인도에서 합작은 금물"이라는 불문율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월마트가 앞으로 많은 고민거리에 부딪힐 공산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시장 관계자들은 한국과 독일에서의 경험담을 토대로 와신상담에 나선 월마트가 인도시장의 특수성에 어떻게 적응해 나갈 지, 어마어마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기존 소매산업의 혁명을 꿈꾸는 릴라이언스와의 싸움을 어떻게 전개해 나갈 지 흥미진진하게 지켜보고 있다.

http://blog.yonhapnews.co.kr/wolf85/

정규득 특파원 starget@yna.co.kr (뉴델리=연합뉴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