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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2.26 17:54 수정 : 2006.12.26 21:34

‘석유생산 정점 임박’ 주장에 반박 잇따라
매장량 추정치 2조~4조배럴대로 다양

새로운 석유 시대가 온다?

1919년 미국 지질조사국은 9년 안에 미국의 석유가 바닥난다고 예측했다. 그러나 9년 뒤 텍사스에서 대형 유전들이 발견되면서 석유업체들은 오히려 공급과잉에 직면했다. 1920년 영국 석유회사 비피(BP)의 전신인 앵글로-페르시안석유는 사우디아라비아에는 한 방울의 석유도 없다며 투자를 거부했다. 1970년대의 1·2차 석유파동에 자극받은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1977~81년 재임)은 “전세계 유정이 말라가고 있다”며 비상 호루라기를 불었지만, 1986년 유가는 공급 붐으로 폭락했다.

<뉴스위크> 최신호는 고유가 재현으로 10~20년 안에 석유 생산이 꼭짓점을 찍는다는 ‘종말론적 시나리오’가 다시 고개를 들지만 따져보면 그렇지 않다는 글을 실었다. 이탈리아 석유업체 에니의 레오나르도 마우제리 수석부사장은 ‘새로운 석유의 시대’라는 제목의 글에서 “지금은 석유 시대의 종말이 아니라, 새로운 석유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주장했다.

마우제리는 미 지질조사국이 2000년에 내놓은 세계 석유 매장량 추정치 2조6590억배럴(미국 제외)도 보수적 수치라며 보다 많은 석유가 지하 퇴적층에 부존할 것으로 추측했다. 미 지질조사국은 이 중 경제적으로 개발 가능한 양이 1조1000억배럴 가량이라고 추정한다. 현재 세계 석유 소비량이 연 300억배럴 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매장량 추정치를 전부 뽑아 쓰면 이번 세기에는 인류가 석유와 함께 지낼 만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인 아람코의 압달라 주마 회장은 지난 9월 석유수출국기구(오펙) 회의에서 “인류는 석유 매장추정치의 18%만 소비했다”며, 4조5000억배럴의 추정치를 제시했다. 앞으로 140년간 쓸 수 있는 양이다.

미국 케임브리지에너지연구소도 120년간 쓸 수 있는 3조7400억배럴의 석유가 남아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지난달 내놨다. 여기에 액체 형태의 ‘재래적 석유’ 말고 오일샌드, 역청질편암 등 수조배럴의 ‘비재래적 석유’도 기술개발 정도에 따라 석유공급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석유 매장량을 놓고 비관론과 낙관론이 엇갈리는 것은, 최신 기술로도 매장량 측정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석유자원이 발견되는 지하 2100~4500m 퇴적구조의 30% 가량에 대해서만이 현재 탐측이 이뤄지고 있다. 미국에는 100만여개의 시추정이 뚫린 데 반해, 페르시아만에는 2000여개만 뚫린 점은 개발의 편중성을 보여 준다. 지금도 탐사활동의 70%가 북미에서 진행된다. 정치적 요인도 보다 정확한 추정을 방해한다. 1985년 오펙이 생산쿼터를 매장량과 연동하기로 하자, 회원국들은 4~5년 만에 매장량을 2~3배 늘려 발표하기도 했다.

마우제리는 “아직 석유 탐사는 인간의 판단력에 의존하고 있다”며 “석유자원은 유한하다는 게 주된 시각이지만, 얼마나 한정된 자원인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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