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1.30 18:29
수정 : 2007.01.30 19:51
심장병 치료제 등 카피 허용
제약사 ‘특허권 침해’ 반발
타이 정부가 29일 에이즈 치료제뿐만 아니라, 심장병 치료제에 대해서도 카피약의 생산과 판매를 전격 허용했다.
타이 보건부는 이날 프랑스 제약사인 산노피-아방티의 혈액응고 방지제인 플라빅스와 미국 제약사인 아봇의 에이즈 치료제인 칼레트라에 대해 카피약 생산과 판매를 허용한다고 발표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타이 정부의 이 조처로 50만명에 달하는 타이의 에이즈 환자들에게는 칼레트라의 한 달 복용 비용이 절반인 약 90달러 이하로 줄어들게 됐다. 또 플라빅스는 1정당 2달러에서 18센트까지 값이 내려간다.
세계무역기구 협정은 생명을 위협하는 비상사태의 경우 제약회사의 특허권 적용 없이 일방적으로 카피약의 판매를 허락할 권리를 정부에게 부여하고 있다. 해당 제약회사들은 타이 정부의 이번 조처가 이 협정을 남용한 것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이번 조처에는 에이즈나 백혈병 등 희귀 치료제뿐 아니라 일반적인 심장병 치료제까지 포함돼 제약회사들의 반발이 더욱 거세다. 타이에서 다국적 제약회사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제약연구제조협회의 테라 차카지나로돔 회장은 타이 정부가 심혈관 및 암 관련 치료제에 대해서도 카피약 허용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정부의 카피약 허용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몽콜 나 송클라 보건장관은 “현재의 에이즈 치료제 가격으로는 타이 에이즈 환자의 20%만 혜택을 볼 수밖에 없다”며 “정부는 수입가격 인하를 놓고 제약사들과 기꺼이 대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경없는 의사회’의 타이 활동가인 카니카르 키즈티와차쿨은 “정부는 제약회사들과 가격인하를 협상했으나, 인하폭은 미미했다”며 “이 조처는 투자 철수를 위협하는 제약회사에 맞선 용기있는 결정이다”고 환영했다.
인도에서는 백혈병 치료제인 글리벡의 제조사인 노바티스가 글리벡의 카피약을 허용한 1심 판결에 불복해, 이를 취소해달라고 첸나이 법원에 항소했다. 카피약의 최대 생산처인 인도는 한 달 복용비가 2600달러나 되는 글리벡의 카피약을 생산해, 10% 가격으로 전 세계에 공급하고 있다.
정의길 기자
Egil@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