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2.04 18:09
수정 : 2007.02.04 23:22
MTV 등 제작사 “불법 동영상 삭제” 요구
유튜브 “즉시 삭제…마케팅 수단 잃어” 배짱
세계적인 동영상 공유사이트 유튜브와 콘텐츠 제작사들간의 힘겨루기가 본격화하고 있다.
음악전문 채널인 엠티비(MTV) 등의 모회사인 비아콤이 지난 2일 유튜브에 불법 동영상 10만개를 삭제할 것을 요구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 등이 보도했다. 비아콤은 “유튜브와 모회사인 구글이 불법파일을 거르는 장치를 지난해 말까지 갖추겠다고 수차례 약속했지만 아직도 막대한 불법 동영상을 유통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비아콤의 요구가 있자 유튜브 모회사인 구글의 주식은 주당 1.74달러 떨어졌다.
유튜브도 맞불을 놓았다. 유튜브는 일단 “요구를 받아들여 삭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감이다”는 유튜브의 답변은 뼈를 담고 있다. “유튜브 사용자들이 비아콤의 프로그램을 많이 알려왔지만, 비아콤이 이런 열성적 사용자의 혜택을 더이상 볼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페이지뷰가 하루 1억건에 이르는 유튜브의 ‘배짱’이 보이는 대목이다.
이런 갈등은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이 받는다’는 제작사의 속앓이가 녹아 있다. “콘텐츠 제작비를 내지 않고 유튜브가 모든 수익을 챙긴다”는 것이다. 비아콤은 자신들의 콘텐츠를 이용해, 12억건이 유튜브에서 오고간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블룸버그> 지적처럼, 유튜브와 같은 동영상 공유 사이트들이 “점점 많은 시간을 온라인에서 보내는 젊은 소비자에게 콘텐츠를 알리려면 무척 중요한 마케팅 수단”이라는 게 고민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동영상 제작사들이 젊은층이 많이 사용하는 공유사이트에 알리려고 안달이 났지만, 상업적·편집적 통제권한을 잃고 있다는 것 때문에 조심스러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많은 제작사들은 유튜브와 일종의 ‘타협’을 해왔다. 워너뮤직 그룹, 유니버설뮤직 그룹, 소니비엠시뮤직 엔터테인먼트, 엔비시유니버설 등 거대 기업들이 수익배분 및 지분참여 등을 조건으로 동영상 사용에 합의했다. 특히 시비에스는 유튜브에 소개된 자신들의 프로그램이 시청률을 높인다고 보고 적극 활용에 나섰다. 유튜브 동영상 경연대회를 연 뒤, 우승작을 텔레비전으로 내보내고 있다.
하지만, 비아콤처럼 타협을 거부한 곳도 많다. 20세기폭스필름은 지난달 ‘24’, ‘심슨’ 같은 텔레비전 쇼를 유튜브에 불법으로 올린 이용자를 찾아내라는 판결을 얻어냈다. 또 일본 저자·작곡자·출판가권리협회도 지난해 11월 유튜브의 파일 3만개 삭제를 이끌어냈다. 이런 와중에 엔비시, 뉴스코프 등은 자체 온라인 비디오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