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5.02 18:07
수정 : 2007.05.02 18:07
월스트리트저널 소유 다우존스 50억달러에 인수 제안
고급 경제콘텐츠 장악 야심
전세계 700여개 미디어 관련 회사를 소유한 ‘미디어 황제’ 루퍼트 머독(76·사진) 뉴스코프 회장이 또다시 언론사 사냥에 나섰다. 이번 사냥감은 경제신문 가운데 영향력 1~2위를 다투는 <월스트리트저널>을 거느린 경제전문서비스 업체 다우존스다.
외신들은 2일 머독이 2주 전 다우존스 주식 의결권 64%를 보유한 뱅크로프트 가문에 지분을 시세보다 훨씬 비싼 50억달러(약 4조6540억원)에 인수하겠다고 제안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뱅크로프트 가문이 머독의 제안에 일단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높은 가격 때문에 뿌리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월가에서는 보고 있다고 전했다. 머독은 이날 자신 소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시간은 아직 충분하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타블로이드 대중지와 보수 성향의 방송사를 주로 사들이며 커온 머독의 이번 제안은 폭발적인 잠재력을 갖고 있다. 고급 경제 콘텐츠를 보유한 다우존스의 추가로 차세대 멀티미디어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된다. 또 내년 대선을 앞둔 미국 사회에서 더욱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유에스에이투데이>에 이은 미국 2대 신문이다. 종이신문 구독자만 172만명에 이른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이 신문의 웹사이트(www.wsj.com) 유료 독자가 미국 최대 수준인 80만명에 이른다는 점이다. 종이 신문 시장이 전세계적으로 줄어들고 있지만, 이 신문이 독보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뜻이다. 다우존스는 이밖에도 같은 이름의 경제전문 통신사와 <파이스턴이코노믹리뷰>, 경제 전문 검색도구 ‘팩티바’ 등을 갖고 있다. 지난해 총 매출은 17억8천만달러였다.
머독은 올해 4분기 경제전문 케이블 방송국 <폭스비즈니스> 설립을 예고하는 등 멀티미디어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다우존스로부터 콘텐츠를 공급받아온 독보적 경제전문 채널 <시엔비시>(CNBC)로선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머독은 또 2005년에는 한국 싸이월드와 유사한 인터넷 친구맺기 사이트 ‘마이스페이스닷컴’도 인수했다.
영국 일간 <데일리텔레그래프>는 “머독은 아마도 <월스트리트저널>과 자신이 소유한 영국 등의 신문·케이블 콘텐츠를 엮고, 시차를 활용해 24시간 실시간 비즈니스 웹사이트를 구축할 것”이라며, “이번 인수 시도는 신문이 몰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아니라, 뉴스코프를 경제분야 멀티미디어 플레이어로 만들려는 전략에 따른 움직임”이라고 풀이했다.
외신들은 제너럴일렉트릭(GE)과 뉴욕타임스, 블룸버그 등도 다우존스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미국에서는 지난해에만 나이트리더와 트리뷴 등 대형 신문사 그룹 2개가 매각되는 등 미디어 인수합병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서수민 기자
wikk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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