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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외환 보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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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1조2천억달러 보유고 투자다변화 예고
달러→유로 선택 땐 미 ‘휘청’…금·석유도 거론
중국 외환보유고 1조2천억달러는 세계 금융시장과 상품시장을 흔드는 괴력을 발휘할까?
막대한 무역흑자와 외국자본 유입으로 1조2천억달러(약 1108조9천억원)라는 전무후무한 외환보유고를 사실상 ‘예치’해놓고 있는 중국이 본격적인 투자에 나설 태세다. 어디에 얼마나 돈을 쓰느냐에 따라 만만찮은 파장이 예상돼, 세계 시장과 미국 등 이해당사자들이 숨죽이고 있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이코노미스트 스티븐 그린은 최근 투자자들한테 보낸 글에서 “새로운 어족이 바다에 출현했다”며 “그게 (해를 끼치지 않는) 돌묵상어인지, 식인상어인 백상아리인지, 다른 종류의 상어인지 아무도 모른다”고 표현했다.
중국은 외환보유고 투자 준비를 착착 진행해 왔다. 지난 1월 원자바오 총리는 “다양한 외화 활용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싱가포르 국영투자회사인 테마섹홀딩스를 본뜬 국가외환투자공사 설립도 추진되고 있다. ‘2조달러도 시간 문제’라는 관측까지 나와, 돈을 굴려야 한다는 압박이 가중되고 있다.
중국 당국이 본격투자에 활용할 자금은 일단 2천억달러 정도로 추정된다. 우선 거론되는 투자 대상은 금이나 석유 등의 상품이다. 샹쥔보 중국 인민은행 부총재는 지난달 사견을 전제로 금과 석유에 외환보유고를 써야 한다고 말해 이런 관측을 뒷받침했다. 중국의 ‘쇼핑 목록’에 오른 투자 대상의 값은 크게 뛸 수 있다. 외환보유고의 4% 정도인 500억달러만 금을 사는 데 써도 세계의 연간생산량을 모두 사들일 수 있다.
현재 보름치의 수입원유 전략비축분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중국에서는 이를 6개월치까지 늘려야 한다는 논의가 일고 있다. 이 경우 유가 상승과 이를 둘러싼 마찰도 예상된다. 중국의 경제성장 과정에서 값이 오를대로 오른 다른 원자재들에 대한 투자도 비슷한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
중국의 ‘베팅’에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달러화와 미국 경제에 끼칠 영향이다. 외환보유고 가운데 70~80%가 달러 자산으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달러가치 하락세는 투자 다변화를 요구하는 근거가 돼왔다. 안전한 투자를 중시해온 중국은 재무부채권 3500억달러를 비롯해 미 정부 발행 채권 5800억달러어치를 보유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유로화 등으로 자산 비중을 대폭 변화시킨다면 달러가치는 폭락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포린폴리시> 인터넷판은 중국이 빠른 속도로 달러 자산 처분에 나서면 달러가치가 급락하면서 재앙적 결과가 따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비즈니스위크>는 중국이 이런 점을 이용해 무역마찰과 대외정책 분야에서 미국을 압박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미국 정치권에서 나온다고 전했다.
달러가치가 급락하면 중국도 나머지 달러 자산의 가치가 줄어드는 피해를 볼 수 있다. 또 자국 상품의 1위 수입국인 미국 경제가 파탄나면 그 부메랑효과의 최대 피해자가 될 중국이 섣부른 행동에 나서기는 힘들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미-중 전략경제대화’를 위해 이달 워싱턴을 방문할 우이 중국 부총리와 미 행정부 사이에 중국 외환보유고 사용 문제가 협의가 벌어질지 주목된다.
이밖에 중국 당국이 신흥시장 주식이나, 미국의 회사채 등에 돈을 쏟아부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중국 국내에 투자해야 한다는 제안도 있지만, 위안화가치 상승 전망이 실현 가능성을 낮춘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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