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5.13 18:25
수정 : 2007.05.13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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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해 둘러싼 가스관 각축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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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르크멘 설득 가스관 건립 합의
중앙아시아 투르크메니스탄의 천연가스 수송로를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 대결에서 러시아가 기선을 제압했다.
러시아와 투르크메니스탄, 카자흐스탄은 12일 투르크멘에서 출발해 카스피해 연안을 따라 카자흐를 거쳐 러시아로 가는 천연가스관 건립에 합의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구르반굴리 베르디무하메도프 투르크멘 대통령,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 대통령과 투르크멘의 카스피해 항구도시 투르크멘바쉬에서 3국 정상회담을 열어 이렇게 합의했다. 푸틴 대통령은 회담 뒤 “연간 100억㎥의 가스를 수송할 수 있는 카스피해 연안 가스관을 재건할 것이며 이 가스관과 병행하는 별도 가스관도 설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가스관 건립 계약을 7월 이전에 맺고 착공은 내년 상반기에 할 것이라고 말했다.
3국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는 ‘가스 위에 떠 있는 나라’로 불리는 투르크멘의 카스피해 횡단 가스관 건설이었다. 현재 러시아가 옛소련 때 만든 송유관·가스관 시설을 이어받아 중앙아시아-유럽 가스 공급 통로를 독점하고 있다.
미국은 러시아가 중앙아시아의 천연가스를 1000㎥당 55달러에 산 뒤 유럽에 265달러에 판다고 비판한다. 미국과 유럽연합은 러시아를 거치지 않고 카스피해를 지나는 가스관을 건설해 △유럽의 에너지 안보 강화 △러시아의 중앙아시아 지배력 약화를 노렸다. 투르크멘 등도 옛소련 시절 석유·가스 수송망에서 벗어나 수출선 다변화를 시도해,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 투르크멘을 상대로 한 치열한 에너지 외교전이 펼쳐졌다. 그러나 이번 3국 정상회담에서 푸틴 대통령이 애초 카스피해 횡단 가스관 건립에 긍정적이었던 투르크멘 설득에 성공해 미국과의 각축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됐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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