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5.15 18:07
수정 : 2007.05.15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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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무역수지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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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만에 첫 적자폭 감소 전망
달러 약세에 유럽 아시아 수출 호조
짙어만 가던 미국 무역적자의 그늘에도 한 줄기 빛이 들었다.
지난해 5년 연속 최고기록을 갈아치우며 7635억달러라는 천문학적 무역적자를 기록한 미국 경제가 올해 적자 폭을 줄일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달러 약세, 유럽과 아시아 경제 호조가 감당하기 어려운 미국 무역수지의 구세주로 등장했다.
최근 발표된 미국의 3월 무역수지 적자는 2월보다 10.4% 증가한 639억달러로 예상치를 웃돌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유가 상승과 석유 수입량 증가가 적자 확대에 결정적이었다며, 다른 상품 수출입에서는 지난해 말 이후의 바람직한 흐름이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대중국 무역적자는 172억달러로 전달보다 6.4% 줄었다. 2월에는 2001년 이후 처음으로 영국과의 무역에서 흑자를 보는 일도 일어났다. 1분기 추세를 볼 때, 미국 무역적자는 올해 427억달러 감소해 5년간의 기록경신 행진을 끝낼 전망이다.
<뉴욕타임스>는 15일 호조세를 보이기 시작한 미국의 수출로 1995년 이후 처음으로 무역이 경제성장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증시의 에스엔피(S&P)500 지수를 구성하는 500개 대기업은 올해 처음으로 내수보다 수출로 번 돈이 많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수석이코노미스트인 미키 레비는 “우리는 (무역수지 저점의) 굴곡을 지났다”고 말했다.
일등공신은 달러화 약세다. 지난달 27일 1유로에 1.3682달러로 사상 최저를 기록한 달러화 가치는 미국 상품의 가격경쟁력을 끌어올렸다. 달러화 가치는 2002년 이후 주요 교역상대방들의 통화에 견줘 17% 떨어졌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보고서에서, 달러화 가치가 경제학자들이 통상적으로 설명해온 것보다 큰 무역수지와의 상관관계를 보인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때문에 달러 가치 하락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던 시각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달러 가치가 얼마나 떨어지는 게 바람직한가를 두고는 입장이 갈리지만, 세계시장의 상품 수요가 받쳐주는 상황에서는 달러 가치 하락이 무역역조 해소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는 견해를 지지하는 이들이 늘어난 것이다.
유로화나 영국 파운드화와는 달리 약세를 보이는 중국 위안화나 일본 엔화의 가치도 끌어올려야 수출길을 더 넓힐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헨리 폴슨 재무장관은 환율 조작을 하지 않는 일본에 압박을 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대신 오는 23~25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미-중 경제전략대화에서는 미국의 위안화 절상 요구가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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