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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싱떠우 베이징이공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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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화 해법을 묻다 ② 후싱떠우 베이징이공대 교수
“빈부 양극화는 제도적 결함이 소득의 불균형으로 표현된 것이다. 특권층의 부패와 독점의 폐해가 권력에 의해 통제되지 못함으로써 세계적 차원에서 양극화가 확대되고 있다. 양극화 문제를 극복하려면 이같은 제도적 공백을 메워야 한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공공서비스를 강화하는 것이 그 출발점이다.” 중국 양극화 문제에 대한 후싱떠우(45) 베이징이공대 교수(경제학)의 진단과 처방은 이렇게 요약된다. 개혁개방 이후 확대된 중국의 양극화를 제도의 실패로 규정하는 그는 ‘민본주의의 강화’를 근본적인 대안으로 제시한다. 후진타오 주석을 필두로 한 중국 4세대 지도부가 이른바 ‘조화사회 건설’을 주창하며 민생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과도 맥이 닿는다. 그는 특히 권력의 부패가 양극화 확대에 끼친 영향을 중시한다. 그는 “중국의 개혁개방은 생산력 발전을 통해 모두가 부유해지는 것을 목표로 했으나, 권력과 자본에 대한 법적 지배가 작동하지 않음으로써 소수만이 부유해지는 부작용을 낳았다”고 비판한다. 그는 중국이 이런 함정에서 벗어나려면 부패에 기생하는 특권을 제도적으로 폐지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법치주의 제대로 작동 안해
소수만 살찌워 부작용 낳아
특권층 독점 폐지 서둘러야” -소득의 양극화는 세계적 현상이다. 미국이나 유럽도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이런 현상의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자유경쟁이 이뤄지는 시장경제는 필연적으로 빈부 차이와 양극화를 낳는다. 하지만 오늘날 대부분 국가는 효율과 공평을 동시에 추구하는 시장경제를 채택하고 있다. 현대적인 시장경제는 주식 분배, 누진적 세수, 사회보장, 재정 투자 등을 통해 효율과 공평 사이의 균형을 유지한다. 유럽 국가들은 이런 방면에서 비교적 성공을 거뒀다고 할 수 있다. 유럽에도 빈부차이가 존재하지만, 이는 노동의욕을 고취하고, 경쟁을 조장하며, 창의적 도전을 격려하는 순기능적 요소로 작동하고 있다. 유럽 특히 북유럽은 기본적으로 모두가 부유한 사회의 전형을 보여준다. 그러나 발전도상국이나 저개발국은 사정이 다르다. 인정사정 없는 세계화와 독점기업의 확장, 정부의 제도적 결함 등이 이들 국가를 세계적 차원의 양극화 스펙트럼에서 가난한 쪽에 서게 하고 있다. -중국도 이런 양극화 문제를 안고 있다고 보는가? 그렇게 본다면 무엇 때문인가? =중국의 빈부차이는 기본적으로 낙후한 제도와 이런 제도에서 조성된 특권층의 독점과 부패에서 비롯했다. 낙후한 제도는 권력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하게 만들었다. 오히려 제도가 권력에 빌붙어 사는 기괴한 현상이 나타났다. 그런데도 중국은 부패 예방 및 해소 방안을 현대적으로 제도화하는 데 소홀했다. 여기에는 행정공개주의, 공무원 재산신고, 재산실명제, 부패에 대한 책임 추궁과 탄핵, 공정한 입찰 절차 등이 포함된다. 이런 제도는 중국에서 아직 초보적 단계에 머물러 있다. 공백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세계은행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중국의 소득 불균형이 개혁개방 이후 확대되면서 남미를 닮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남미화하고 있다고 보는가? =중국의 빈부차이는 조사치보다 더 클 가능성이 있다. 부자들의 수입은 불법과 합법 사이의 회색지대에서도 적잖이 발생한다. 불법적 수단으로 부를 축적한 이들도 많다. 그들은 익명을 보장해준다 해도 자신의 재산을 솔직히 밝히지 않는다. 부의 양극화라는 관점에서 볼 때 중국은 확실히 남미화의 길을 걷고 있다. 개혁개방 이전보다 분명히 상황이 나빠진 것이다. 그러나 개혁개방 이전에도 중국의 양극화는 심각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빈부격차가 컸다. 개혁개방 이전 관리들의 수입은 높지 않았지만, 그들은 공금으로 부자들 못잖은 사치를 누렸다. 인민의 세금으로 그들의 배를 불렸다. -올해는 중국 ‘개혁개방의 설계사’ 덩샤오핑이 사망한 지 10주년이 되는 해이다. 그가 개혁개방의 논리로 내세운 이른바 ‘선부론’(先富論)이 중국 사회에 빈부격차의 독버섯을 심었다는 비판이 있다. =덩샤오핑의 선부론은 정확했다. 평균주의가 주도하는 시대에선 불평등 발전을 제창하는 게 불가피했다. 돌파구를 열어야 했기 때문이다. 덩샤오핑가 말하기를, 사회주의의 본질은 생산력을 해방시켜, 착취와 양극화를 소멸하고, 최종적으로 모두가 부자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생산력 발전은 수단이고, 모두 부자가 되는 것은 목표였다. 하지만 그는 권력에 대한 통제와 법치를 중시하지 않았다. 그는 1980년 ‘당과 국가가 제도적 변혁을 영도하는 데 대하여’라는 연설에서 제도의 중요성을 설파했지만, 이후에는 그런 연설을 한 적이 없다. 법치를 말할 때도 그저 범죄를 척결하는 데 한정했다. 그 결과 권력은 고삐 풀린 망아지가 됐다. 그 틈에 관리와 상인들이 결탁해 불법적으로 부를 축적했다. “빈민층 최저생활 보장
농촌 의무교육 학비 면제 등
사회보장제도 확대에 기대” -그렇다면 중국의 양극화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 =중국 정부는 요즘 많은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부패한 탐관오리를 징벌하고, 불법을 일삼는 상인을 척결하고 있다. 부자에 대한 세수를 늘리고, 사회보장제도의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내가 가장 기대를 걸고 있는 분야는 빈민층에 대한 최저생활 보장과 농촌 의무교육 학비 면제 등이다. 중국은 올해 농촌 의무교육 학비 면제를 위해 2235억위안을 책정했다. 지난해보다 395억위안 늘어난 액수다. 농촌 의무교육 학비 면제는 진정한 의무교육을 수행하는 것이다. 무릇 교육은 민생의 기초다. 중국의 인력자본은 경제성장의 동력일 뿐만 아니라 양극화 해소의 기본이기도 하다. -후진타오 정부의 조화사회론이 중국의 양극화 확대에 제동을 걸 수 있다고 보는가? =조화로운 사회 건설의 관건은 조화로운 제도를 건립하는 것이다. 관민평등, 노사평등의 제도를 수립하고, 특권을 폐지하고, 관리와 상인들이 공모하는 현실을 타파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조화로운 사회는 결코 건설될 수 없다. 양극화를 극복하기 위해서도 우선 불합리한 제도를 바꿔야 한다. 관리들의 과도한 특권, 겉치레에 치중하는 업적주의, 낙후한 금융·세수 정책 등을 총체적으로 손봐야 한다. 이 때 중요한 것은 민본주의적 관점이다. 한국은 외환위기의 와중에서도 은행 자유화 등 금융 개혁을 결행했다. 자유화는 필연적으로 더 큰 빈부차이를 초래한다. 이에 걸맞는 사회보장제도가 뒤따라야 한다. 글·사진/베이징 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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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화’ 진행 우려
지니계수 0.5 근접 중국이 최근 몇년 동안 10%가 넘는 경제성장률을 이어갔지만, 빈부 격차가 줄어들기는커녕 더욱 벌어지고 있다. 도시와 농촌, 개발지역과 낙후지역으로 나뉘어져 나타났던 양극화가 이젠 도시와 개발지역 안에서도 확대재생산되고 있다. 중국이 남미의 전철을 밟는 게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올 정도다. 세계은행은 한 보고서에서 중국의 지니계수가 지난해 말 0.5에 근접한 것으로 추정했다. 소득 분배 상태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0과 1 사이의 값을 갖는데, 0.5를 넘으면 불균형이 매우 심각한 것으로 평가된다. 남미의 경우 브라질(0.54)을 비롯한 대부분 나라가 0.5를 넘는다. 개혁개방 이전 중국의 지니계수는 0.16에 그쳤다. 중국의 양극화는 도시와 농촌의 소득 격차에서 두드러진다. 도시의 평균 가처분소득을 농촌의 평균 현금수입으로 나눈 소득 격차 비율은 지난 20여년 동안 계속 악화됐다. 1980년 2.0 대 1이었던 게 2005년엔 3.3 대 1로 올라갔다. 도시에 사는 이들이 누리는 각종 보조금과 사회복지를 감안하면 실제 소득 격차는 6배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에선 중간층의 존재가 미미해 이같은 양극화의 충격을 흡수하기 힘들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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