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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5.16 18:08 수정 : 2007.05.16 19:12

재러드 번스타인 워싱턴 경제정책연구소 연구원

양극화 해법을 묻다 ③ 재러드 번스타인 워싱턴 경제정책연구소 연구원

“더 확실한 사회안전망 구축을 위해 정부 개입이 필요한 상황이고, 변화가 필요한 시기다.”

미국 워싱턴 경제정책연구소(EPI)의 재러드 번스타인 박사는 지난 30년 동안 소득과 생산성 사이의 격차가 늘어나면서 “가계소득의 측면에서 대부분의 미국인들이 나눠야 할 경제적 파이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번스타인 박사는 1970년 이래 생산성은 80% 향상됐지만, 실질 평균가계소득은 22% 느는 데 그쳤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제가 초개인주의적 방임 상태가 되면서 상위계층에 경제성장의 과실이 집중돼, 하위 소득계층 80%에 속하는 임금노동자 1인이 상위 계층 20%에게 매년 3천달러를 넘겨주는 꼴이 됐다”며 “이런 악순환을 끊으려면 사회 전체가 함께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역설했다.

“빈곤악순환 문제 가장 심각
상위계층에 성장 과실 집중
생산성 늘어도 ‘파이’는 줄어”

-미국에서 소득불균형,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원인은 뭐라고 설명해야 하나?

=양극화 문제를 50% 이상 설명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요인은 없다. 여러 요인들이 함께 작용했다. 노동자들의 교섭능력 약화에 초점을 맞춰볼 때, 많은 노동자들이 무역과 기술의 발달, 세계화로 인해 직장을 잃고 있다. 대규모 무역적자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화만이 이유라고 할 수도 없다. 무역적자로 인해 직장과 임금, 고용기회도 줄어들고 있다. 소득불균형은 무역적자가 늘고, 노동조합 가입자가 줄고 실질적 최저임금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발생한다.

-노동자들이 교섭능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노동조합이 답일 수 있지만, 미국의 노조 가입률은 현재 12~13% 수준이다. 모든 노동자들을 노조에 가입하라고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낮은 실업률도 중요하다. 그러지 못하는 상황에선, 예를 들어 정부가 현재 공공부문처럼 건강보험이나 연금프로그램을 도입해 이들의 임금상실분을 상쇄해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미국의 양극화에서 가장 우려해야 할 상황은?


=빈곤 문제가 심각하다. 가난한 가정에서 자란 어린이들은 배우고 보호받을 수 있는 중요한 기회를 잃고 있다.

-가난이 악순환되는 고리를 끊기 위한 대책은?

=빈곤층의 대부분은 마이너리티(소수자)들이다. 이들의 가난 탈출을 위해선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직장을 원하는 이들에게 직장을 구해주고, 아이를 가진 미혼모들에겐 일을 할 수 있도록 탁아시설을 마련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어느 나라나 경제성장에 따른 빈부격차는 필연적일 수 있다. 핵심은 정부가 성장을 희생시키지 않고 저소득층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는 정책을 밀고 나가느냐 하는 것이다.

-미국의 정치권에선 빈곤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정치지도자들이 이 문제를 모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고위 경제정책 입안자들에게 이 문제를 제기하면, 더 많은 교육기회 제공과 더 높은 기술 습득이 필요하다고 얘기한다. 빈곤 해결은 장기적 과제다. 많은 자원이 빈곤층에게 투자돼야 한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는 자원을 부자들에게 돌리고, 빈곤 대책을 등한시했다.

-당신이 생각하는 빈곤 대책은?

=전국민 의료보험 실시, 최저임금 인상, 그리고 더 많은 노동조합의 결성, 낮은 실업률, 질 높은 교육에 대한 접근 보장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세계화는 물가, 이자율, 경제성장 등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면서도 저숙련·저임 부분의 일자리를 줄이고 있다. 에너지 자급과 사회기반시설 확충 등을 위한 민간투자와 공공투자 사이의 협력을 통해 대안적인 일자리를 만들 필요가 있다. 취약지역·계층을 위해 공공부분에서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필요하다.

“전국민 의보·최저임금 인상 등
확실한 사회안전망 구축 위해
정부개입 반드시 필요한 상황”

-그런 제안들을 실현하려면 정부의 개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나 미국은 유럽의 사회민주주의적 전통이 없고, ‘승자 독식’(Winner takes all)이라는 생각이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맞는 얘기다. 그러나 항상 그랬던 것은 아니고 그런 예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대공황 이후 시장체제가 실패한 방식을 염두에 둔 체제인 뉴딜정책을 발전시켰다. 그러나 지난 수십년 동안 개인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초개인주의적 경제로 옮아가면서 그런 강조점이 상실됐다. 사회보장의 사유화, 의료보험의 개인 부담, 특정계층에 대한 세금 감면 등으로 경제적 위험을 정부나 회사가 아니라 개인이나 가족에게 부담지워왔다.

이제 그런 방식이 불충분하고 불공평하다는 것을 다시 깨닫게 됐고, 변화가 시작됐다. 지난해 중간선거에서 민주당 쪽이 이런 문제를 제기했다. 국민도 이런 상황은 과거 어느 때보다 경제적 불안에 노출된 글로벌경제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워싱턴의 많은 싱크탱크들이 최근 빈곤과 양극화 해결을 위한 대안들을 내놓고 있다. 미국진보센터는 지난달 말 ‘10년 안에 빈곤층을 절반으로 줄이기 위한 대책’을 내놓았고, 브루킹스연구소가 주축이 된 해밀턴프로젝트도 전국민 의료보험 등 사회안전망 구축을 위한 정책세미나를 계속 열고 있다. 이들 프로젝트를 어떻게 평가하나?

=미국진보센터는 △최저임금을 시간당 평균임금의 절반으로 인상 △저소득층과 어린이가 있는 중·저소득층에 대한 세금 혜택 △저소득층에 대한 탁아·교육 지원 등 12가지 대책을 내놓았다. 2001~2003년 감면된 세금이 4000억달러였다는 것을 고려하면, 1년에 900억달러를 들여 10년 안에 빈곤을 절반으로 줄인다는 이 계획은 달성 가능한 목표라고 생각한다. 해밀턴프로젝트도 비용분담 방식의 전국민 의료보험에 대한 정책대안들을 모색하고 있다.

모두 사회안전망 구축이라는 같은 아이디어를 고민하고 있다. 2008년 대선에 나선 후보들도 민주당, 공화당 가릴 것 없이 나름의 의료보험 플랜을 준비하고 있다. 4600만명이나 되는 국민이 의료보험에 가입하지 못하고 있는 등 너무 많은 국민이 경제적 불안에 노출돼 있다. 그래서 정부가 이런 도전에 대응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이제는 “더 나은 의료보험 체계를 원하고, 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있다”는 여론이 많다. 대선이 다가올수록 전국민 의료보험에 대한 얘기들이 많이 나올 것이다.

-양극화에 대한 전망은?

=격차는 여전히 커지고 있다. 대처가 늦어진다면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이고, 감당하지 못하는 수준이 될 것이다.

글·사진/워싱턴 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재러드 번스타인은
신자유주의 반대 사회전체 책임 강조

미국 워싱턴의 진보적인 싱크탱크인 경제정책연구소(EPI)의 재러드 번스타인 박사는 “미국 정치의 보수화가 노동자들의 경제적 안전을 해쳤다”고 진단한다. 개개인이 더 많은 위험을 감수하고 더 많은 시간을 일하며 적은 돈을 버는 반면, 정부와 회사는 납세자와 소비자, 피고용자에게 덜 책임을 지면서 이득을 보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해 〈이제 모두 함께 : 공정경제를 위한 상식〉이라는 책에서 개인에게 책임을 돌릴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함께 문제를 풀어갈 것을 강조했다. 그는 ‘자신의 책임으로 돌리는’(You’re On Your Own, YOYO) 초개인주의적, 신자유주의적 경제운영 방식을 ‘요요 경제’라고 비판한다. 노동자와 그 가족들의 위험부담을 줄이기 위한 경제계획과 정치전략을 제시하며 ‘우리 함께 한다’(We’re All In This Together, WITT)는 가치에 기초를 둔 사회로 바꾸어 나가자는 주장이다.

그는 컬럼비아대에서 박사학위(사회복지)를 받았고, 하워드대, 컬럼비아대, 뉴욕대 교수를 거쳐, 1992년부터 경제정책연구소에서 ‘삶의 표준프로그램’ 실장을 맡고 있다. 1995~96년엔 노동부의 차석경제분석가를 지냈다. 매년 미국 경제를 진단하는 〈미국 노동상태〉를 발행해오고 있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미국 소득 불균형 서유럽보다 심각

아메리칸드림은 신화가 되고 있다. 국내총생산 13조달러의 가장 부유한 나라 미국의 소득불균형 정도는 서유럽 선진국들보다 심하다. 평균소득의 50%에 못 미치는 소득으로 살아가는 인구의 비율(빈곤율)이 25개 선진국 가운데 24위이다. ‘미국진보센터’가 최근 발표한 미국의 빈곤 통계를 보면, 캘리포니아주 인구와 맞먹는 3700만명(전체 인구의 12.6%)이 빈곤선(4인가족 기준 연간소득 1만9971달러) 이하에서 살고 있다. 이 가운데 1600만명은 극빈층(1만달러 이하)으로 구분된다. 빈곤층은 2000년도에 비해 500만명이 늘어났다.

특히 가난한 가정의 어린이 비율은 17.6%다. 미국진보센터는 이들 어린이의 상시적 빈곤으로 인해 발생할 사회적 비용(생산성 상실, 범죄, 보건비용)이 국내총생산의 3.8%인 500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경제지표들은 지난 25년 동안 최상위 소득계층으로 부의 집중이 두드러지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최상위 1%의 소득이 1980년엔 전체 소득의 8%였지만, 2005년엔 두 배 이상 늘어난 19%로 나타났다. 1929년 대공황 이래 최고치다. 반면, 하위 20%의 소득은 전체 소득의 3.4%에 불과하다. 연방준비은행 연구를 보면, 미국 최고 소득자 10%는 미국 내 부의 70%를 소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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