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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힐스 런던 정경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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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화 해법을 묻다 ④ 존 힐스 런던 정경대학 교수
존 힐스 런던 정경대 사회정책학과 교수는 “(토니 블레어 총리의 집권과 함께 달라진 영국의 노동당을 의미하는) 신노동당이 지난 10년간 탈빈곤전략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어린이와 노인, 장애인 등의 빈곤은 상당부분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불평등을 전반적으로 개선하려는 노력은 상대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제3의 길’에 대해서도 “그 철학에 기반한 통합적 마스터 플랜을 갖고 진행됐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빈곤문제 등에 대해 경제적 측면만이 아니라, 사회적 배제를 초래하는 다각적 요소를 고려하는 종합적 접근 방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터뷰는 이 대학 아시아연구소 방문연구원인 황덕순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이 맡았다. “불평등 빋는 ‘사회적 배제’엔소득 말고도 다양한 요인 있어
가족구조·문화까지 고려해야” -먼저 1980년대 이후 영국과 다른 유럽나라들의 빈곤과 불평등에 대해 설명해 달라. =영국은 스웨덴 등 스칸디나비아 국가들만큼 평등하지는 않았지만 프랑스와 미국보다는 더 평등한 사회였다. 그러나 마거릿 대처가 총리가 된 1970년대 말부터 임금의 불평등이 다른 선진국보다 빠른 속도로 악화됐고, 90년대에 정점에 이르렀다. 절대적 빈곤까지 급증했다. 특히 어린이들의 빈곤율은 70년대보다 2배로 크게 늘어나면서 유럽에서 가장 높은 수준으로 악화됐다. 일하지 못하는 젊은 실업자들도 급증했다. 지난 10년은 약간 다르고 복잡하다. 소득불평등이 증가하는 추세가 둔화했다. 미국 기준으로는 많이 개선됐지만, 유럽 기준으로 보면 여전히 바닥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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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힐스 런던 정경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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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득층 증세정책 뒷받침 안돼
사회 전반 불평등 개선엔 한계” -빈곤과 불평등에 대한 신노동당의 정책이 한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들에게 시사하는 것은? =각국이 처한 상황이 달라, 곧바로 다른 나라에 정책을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듯하다. 예를 들어, 영국은 전반적 교육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반면에 한국은 영국보다 사회 안전망이 덜 포괄적이다. 영국은 빈곤문제에 접근할 때 단순히 소득과 같은 경제적 측면만이 아니라 사회적 배제를 초래하는 주거, 가족구조, 문화 등 다각적인 사회적 요소를 고려해 다양한 정책을 결합하는 종합적 접근방법을 택하는 강점이 있다. 단순히 경제적 문제로 국한하는 등 문제를 분리해서는 사회적 배제의 근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이런 접근방법이 오히려 시사점이 있을 것 같다. -한국은 외환위기 이후에 소득 불평등이 심화됐다. 이를 ‘양극화’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영국에서는 어떤가? =영국에서 양극화는 대처 시대인 1970년대 말에서 90년대 초에 일반적으로 사용했던 용어다. 지역간 격차가 심화되거나, 경제적으로 활동하는 인구와 그렇지 않은 인구를 비교할 때 발생하는 사회적 배제 현상을 설명할 때 사용됐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영국의 전반적 사회를 분석할 때는 양극화라는 개념이 잘 설명하는 것 같지는 않다. 하층의 사람들이 주류인 중간층을 점차 따라잡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지금도 격차가 크게 나는 지역에 살거나 고소득을 받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 이 개념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런던에서 아주 많은 연봉을 받는 부유한 사람과 일을 하지 못해 정부 지원금으로 근근히 살아가는 아주 가난한 사람을 비교할 때 사용할 수 있다. -‘세계화’가 빈곤과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가장 중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세계화의 효과를 평가하기는 쉽지 않다. 세계화는 새로운 현상이 아니라 이미 오래 전부터 진행되어 온 현상이고, 나라마다 처해 있는 상황에 따라 영향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지구촌 전체의 빈곤과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는가를 둘러싸고 많은 논란이 있다. 빈곤문제가 개선된다고 보는 쪽은 하루에 1달러 이상의 소비, 혹은 소득이라는 절대적 기준을 설정해 이보다 더 나은 경우에는 빈곤에서 벗어났다고 주장한다. 반면, 세계화에 비판적인 사람들은 하루 1달러라는 기준이 부적절하다고 말하고, 그 기준을 받아들여도 최근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과 인도를 제외하면 빈곤문제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렇지만 세계적 차원에서 볼 때, 소수 집단이 부와 함께 사람들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의사결정권을 점점 더 갖게 된다는 점은 분명하다. 국가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서 각 나라에서 세계화의 영향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끝> 정리·사진/전용호 런던 통신원 chamgil5@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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