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7.05.17 21:42 수정 : 2007.05.17 21:42

존 힐스 런던 정경대학 교수

양극화 해법을 묻다 ④ 존 힐스 런던 정경대학 교수

존 힐스 런던 정경대 사회정책학과 교수는 “(토니 블레어 총리의 집권과 함께 달라진 영국의 노동당을 의미하는) 신노동당이 지난 10년간 탈빈곤전략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어린이와 노인, 장애인 등의 빈곤은 상당부분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불평등을 전반적으로 개선하려는 노력은 상대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제3의 길’에 대해서도 “그 철학에 기반한 통합적 마스터 플랜을 갖고 진행됐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빈곤문제 등에 대해 경제적 측면만이 아니라, 사회적 배제를 초래하는 다각적 요소를 고려하는 종합적 접근 방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터뷰는 이 대학 아시아연구소 방문연구원인 황덕순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이 맡았다.

“불평등 빋는 ‘사회적 배제’엔
소득 말고도 다양한 요인 있어
가족구조·문화까지 고려해야”

-먼저 1980년대 이후 영국과 다른 유럽나라들의 빈곤과 불평등에 대해 설명해 달라.

=영국은 스웨덴 등 스칸디나비아 국가들만큼 평등하지는 않았지만 프랑스와 미국보다는 더 평등한 사회였다. 그러나 마거릿 대처가 총리가 된 1970년대 말부터 임금의 불평등이 다른 선진국보다 빠른 속도로 악화됐고, 90년대에 정점에 이르렀다. 절대적 빈곤까지 급증했다. 특히 어린이들의 빈곤율은 70년대보다 2배로 크게 늘어나면서 유럽에서 가장 높은 수준으로 악화됐다. 일하지 못하는 젊은 실업자들도 급증했다.

지난 10년은 약간 다르고 복잡하다. 소득불평등이 증가하는 추세가 둔화했다. 미국 기준으로는 많이 개선됐지만, 유럽 기준으로 보면 여전히 바닥 수준이다.

존 힐스 런던 정경대학 교수
-지난 10년간 영국을 통치한 토니 블레어 총리 시대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

=빈곤이 상당히 개선된 것은 신노동당이 ‘반 빈곤전략’이라는 이름 아래, 어린이의 빈곤율이 2020년까지 유럽에서 가장 낮도록 만들겠다는 목표를 설정하는 등 의욕적으로 정책을 추진한 때문이다. 아동과 저소득자를 위한 세액공제를 늘렸다. 특히 저소득자, 취학전 아동, 젊은 장기실업자 등의 대책에 정책을 집중했다.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개선이 이뤄졌지만 불평등과 빈곤의 추세를 완전히 바꾸지는 못했다. 영국 사회는 정책이 집중된 빈곤계층이 중간계층을 밀고 올라가는 등 빈곤문제는 상대적으로 개선됐다. 하지만 최상위 계층의 임금은 더 빠르게 늘어나 이중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다. 블레어 총리가 “데이비드 베컴이 돈을 벌지 못하도록 막을 이유가 없다”고 말한 것처럼, 최상층의 소득이 늘어나는 것을 사실상 방치하는 등 불평등을 전반적으로 개선하려는 노력은 상대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한국에서 신노동당이 주창한 ‘제3의 길’에 대한 관심이 많은데, 신노동당의 정책을 평가한다면?

=제3의 길은 신노동당이 자유시장주의를 주창한 대처의 기존 보수당 정부나 국가의 직접적 서비스 제공을 선호하는 구노동당과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 경제적 효율성과 사회적 정의를 동시에 추구하려는 것이다. 블레어 총리와 고든 브라운 재무장관은 소득세를 올리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이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하려고 시도했다.

그러나 제3의 길이 철학에 기반한 통합적인 마스터 플랜을 갖고 진행됐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신노동당은 철학적으로 중도 좌파로서, 사회적 정의를 보여주려고 일반 대중이 아닌 일부 가난한 사람들에게 치우쳐 정책을 펼쳤다. 그러나, 세금을 인상하는 범위내에서 실시돼 예산확보 측면에서 현실적 제약이 있었다. 적극적으로 최상층의 세금을 늘리는 정책을 사용할 수도 있었지만, 정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예산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신노동당은 ‘우리는 효과가 있는 것만 해야 한다’는 매우 실용적인 철학을 바탕으로 정책을 추진했다.

그러다보니 정책이 잘 조정되지 않고, 점층적으로 이뤄졌다. 그럼에도 신노동당은 공공서비스 부문에서 보건과 교육을 핵심 정책분야로 선택해 정책을 집중했다. 또 사회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이 노동시장에서 취업할 수 있도록 각종 훈련프로그램 등을 확대했다. 제약은 있었지만, 세액공제를 통한 소득보조 정책과 함께 보건(NHS)과 교육 분야 의 개선으로 계층간의 간극을 줄이는 등 어느 정도 사회적 재분배를 실현했다.

“블레어 제3의길 ‘탈빈곤’엔 성과
고소득층 증세정책 뒷받침 안돼
사회 전반 불평등 개선엔 한계”

-빈곤과 불평등에 대한 신노동당의 정책이 한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들에게 시사하는 것은?

=각국이 처한 상황이 달라, 곧바로 다른 나라에 정책을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듯하다. 예를 들어, 영국은 전반적 교육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반면에 한국은 영국보다 사회 안전망이 덜 포괄적이다. 영국은 빈곤문제에 접근할 때 단순히 소득과 같은 경제적 측면만이 아니라 사회적 배제를 초래하는 주거, 가족구조, 문화 등 다각적인 사회적 요소를 고려해 다양한 정책을 결합하는 종합적 접근방법을 택하는 강점이 있다. 단순히 경제적 문제로 국한하는 등 문제를 분리해서는 사회적 배제의 근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이런 접근방법이 오히려 시사점이 있을 것 같다.

-한국은 외환위기 이후에 소득 불평등이 심화됐다. 이를 ‘양극화’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영국에서는 어떤가?

=영국에서 양극화는 대처 시대인 1970년대 말에서 90년대 초에 일반적으로 사용했던 용어다. 지역간 격차가 심화되거나, 경제적으로 활동하는 인구와 그렇지 않은 인구를 비교할 때 발생하는 사회적 배제 현상을 설명할 때 사용됐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영국의 전반적 사회를 분석할 때는 양극화라는 개념이 잘 설명하는 것 같지는 않다. 하층의 사람들이 주류인 중간층을 점차 따라잡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지금도 격차가 크게 나는 지역에 살거나 고소득을 받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 이 개념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런던에서 아주 많은 연봉을 받는 부유한 사람과 일을 하지 못해 정부 지원금으로 근근히 살아가는 아주 가난한 사람을 비교할 때 사용할 수 있다.

-‘세계화’가 빈곤과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가장 중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세계화의 효과를 평가하기는 쉽지 않다. 세계화는 새로운 현상이 아니라 이미 오래 전부터 진행되어 온 현상이고, 나라마다 처해 있는 상황에 따라 영향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지구촌 전체의 빈곤과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는가를 둘러싸고 많은 논란이 있다. 빈곤문제가 개선된다고 보는 쪽은 하루에 1달러 이상의 소비, 혹은 소득이라는 절대적 기준을 설정해 이보다 더 나은 경우에는 빈곤에서 벗어났다고 주장한다.

반면, 세계화에 비판적인 사람들은 하루 1달러라는 기준이 부적절하다고 말하고, 그 기준을 받아들여도 최근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과 인도를 제외하면 빈곤문제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렇지만 세계적 차원에서 볼 때, 소수 집단이 부와 함께 사람들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의사결정권을 점점 더 갖게 된다는 점은 분명하다. 국가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서 각 나라에서 세계화의 영향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끝>

정리·사진/전용호 런던 통신원 chamgil5@hotmail.com


존 힐스는
‘사회적 배제’ 관심
연금개혁안 반향

존 힐스 교수는 영국 런던정경대 사회적배제분석연구소 소장이다. 빈곤, 연금, 사회적 배제, 주택, 복지국가 등 광범위한 분야 연구활동을 하고 있다.

힐스 교수는 연금위원회의 핵심 위원이다. 이 위원회는 지난해 영국 정부의 후원을 받아 ‘터너 보고서’라고 불리는 연금제도 개혁안을 발표해 영국 사회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그는 노동연금부, 교육부, 환경부, 부총리실 등의 정책 자문위원으로 일했다. 유럽연합에서도 사회적 배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위원회의 위원으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더 공평한 사회:새로운 노동, 빈곤, 불평등과 배제>(2005), <불평등과 국가>(2004), <사회배제 이해>(2002), <복지국가: 사회적 지출의 경제학>(1998) 등이 있다.

전용호 런던 통신원

광고

관련정보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