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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6.11 17:32 수정 : 2007.06.11 19:56

S&P500 지수 추이 / 2000년 호황기와 최근 뉴욕증시 비교

비관론:주가 고평가, 2000년 거품 붕괴와 닮은 꼴
낙관론:미 경제 저점 지나, 상승여력 여전


‘어게인 2000?’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 13000, 에스엔피(S&P)500지수 1500이라는 상징적 눈금을 돌파한 미국 뉴욕증시가 언제까지 승승장구할지에 세계 투자자들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지난 주에 3일 연속 하락하며 한때 ‘조정이 본격화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은 뉴욕증시는 8일 다시 화살표를 틀며 섣부른 비관론을 무색케 했다. “5월에는 팔라”는 월가 격언도 보기좋게 빗나갔다. 미국 증시의 동향을 두고 2000년의 거품 붕괴 직전과 닮은꼴이라는 우려와, 그 때와는 다르다는 낙관이 교차한다.

전문가들이 2000년과 지금을 비교하는 이유는 당시 수립된 최고기록들을 돌파한 최근의 뉴욕증시 지수 그래프의 유사성 때문이다. 세계경제에 충격파를 던진 당시의 기억이 아직은 생생하다.

극단적으로는 1920년대 말 대공황 직전 상황에 빗대는 시각도 등장했다. 에스엔피500 기업들의 주가수익비율(PER·순이익 대비 주가총액의 배율)은 17로 대공황 전(16 안팎)보다 높고, 빈부격차도 대공황 직전 수준으로 접근해가고 있다. 주가가 고평가돼 있는 데다, 투자와 소비의 주체인 개인들의 주머니가 두둑하지 못하다는 얘기다.

반대로 뉴욕증시가 체질적으로 변했다는 설명도 힘을 얻고 있다. 겉으로는 2000년 상황과 엇비슷하지만, 당시 주가수익비율은 28 안팎으로 지금보다 꽤 높았다. <비즈니스위크>는 올해 상승세는 현기증이 나지만, 기업 실적에 견주면 상승 여력이 남았다는 분석이 가능하다고 보도했다.

증시 주요 주자들의 면면도 달라졌다. 2000년 닷컴 거품붕괴 때 대표선수들은 주로 정보기술(IT) 기업들이었다. 당시 에스엔피500 종목의 34.5%를 차지하던 정보기술 업체 비중은 현재 15%로 줄었다. 금융업(21.4%)이 최대 업종으로 떠올랐다. 성장성이 검증되지 않은 업체들이 증시를 주무르는 경향은 어느정도 줄었다고 볼 수 있다.

1분기에 0.6%의 저성장을 보인 미국 경제가 저점을 지났다는 평가도 거품붕괴 가능성이 낮다는 전망에 힘을 보탠다. 올해 중국 증시의 변덕과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부실사태 속에서도 상승 탄력을 유지한 맷집에도 눈길이 간다. 또 2000년의 대폭락에 이은 크고작은 파동을 지켜본 투자자들이 ‘학습효과’를 얻어 쉽게 투매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채권거래회사 라이언벡의 제이 서스킨드는 “최근 증시는 좋은 뉴스와 나쁜 뉴스를 엮어 좋은 뉴스로 지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증시의 하락과 만회 폭을 계산하는 ‘피보나치 조정’ 공식을 적용하면, 에스엔피500지수가 몇개월 안에 1600 고지에 이를 수 있다는 낙관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최근 각국 중앙은행들의 잇따른 금리인상 조처로 저금리 시대가 저물고, 미국 채권 수익률도 오르면서 증시의 매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진단 속에서도 투자자들이 짐을 싸지 않는 데는 이런 믿음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뉴욕타임스>는 10일 지금의 상승세와 관련한 흥미로운 논리를 소개했다. <행동 금융학>이라는 학술지는 사람들이 두 차례의 거품 붕괴를 경험하고 나서야 면역력을 보인다고 전했다. 2000년 뉴욕증시의 몰락을 지켜본 투자자들은 그보다는 작은 ‘거품 메아리’를 겪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논문의 공저자로 2002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버논 스미스 조지메이슨대 교수는 현재 증시가 2000년처럼 과열되지 않았다면서도, 불안 때문에 투자자들이 많은 자산을 현금으로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메아리가 언제 현실화할지는 예측하지 않았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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