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6.18 18:15
수정 : 2007.06.19 11:05
매킨토시, 아이포드 신화 이어 휴대폰 시장 공략
노키아 삼성 등 뮤직스테이션 출시 ‘반애플동맹’ 구축
세계 4대 휴대전화 업체인 노키아, 모토롤라, 삼성, 소니에릭슨과 30개 통신서비스 업체, 음반업체들이 참여한 음악 내려받기 서비스 ‘뮤직 스테이션’이 지난 14일 스웨덴에서 첫 선을 보였다. 뮤직 스테이션은 1주일에 3달러98센트(약 3700원)를 내면 휴대폰에서 음악을 무제한 내려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유럽과 아시아 전역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 서비스는 이달 29일 미국에서 출시될 애플의 휴대폰 ‘아이폰’에 대한 선제공격이다. 엠피(MP)3플레이어 시장을 석권한 애플의 아이포드를 ‘이식’한 휴대폰 개발에 맞선 ‘반 애플 동맹’인 셈이다.
휴대폰 시장에 본격적으로 발을 내딛은 ‘새내기’ 애플의 목표는 내년 말까지 1천만대를 팔아 세계 휴대폰시장의 1%를 차지하겠다는 ‘소박한’ 것이다. 그럼에도 업계가 바짝 긴장하는 것은 상대가 아이포드 성공신화를 자랑하는 애플과 그 최고경영자 스티브 잡스이기 때문이다. 노키아 최고경영자 올리페카 칼라스부오는 애플의 도전이 “자극이 될 것”이라며 신경이 쓰인다는 점을 인정했다.
애플은 아이폰이 “혁명적” 제품이라고 선전한다. 엠피3 기능을 장착하고 인터넷 사용환경을 개선한 3.5인치짜리 스크린의 아이폰은 겉모양부터 튄다. 특히 자판을 없애고 터치스크린 방식을 채택한 게 눈길을 끈다. 애플의 운영체제를 쓰고 지도서비스 구글맵스를 붙였다. 499~599달러(약 55만6천원)로 비싼 편이지만, 초기에는 공급이 달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잡스는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아이폰은 최고의 아이포드”라고 말했다. ‘휴대폰이 된 아이포드’가 신화를 이어갈 것이라는 말이다.
잡스에게 아이폰 출시는 1984년 아이콘과 마우스 사용으로 컴퓨터의 혁신을 주도한 매킨토시, 2001년 엠피3플레이어의 폭발적 보급을 이끈 아이포드에 이은 ‘삼단뛰기’의 기회다. 애플은 지난해 회사 이름에서 ‘컴퓨터’를 떼내며 어느 분야든 도전할 수 있다는 의지를 비쳤다. 또 애플의 운영체제인 ‘OS X’와 웹브라우저 ‘사파리’를 깔아, 아이폰을 매개로 소프트웨어의 거인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는 의미도 지닌다.
20여년간 애플을 분석한 경영컨설턴트 팀 바자린은 잡스의 휴대폰 사업 진출은 새로운 도구에 관심을 쏟던 과거 성향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이코노미스트>에 지적했다. 그러나 아이폰 개발이 “창조”는 아니라 해도, 주머니에 넣는 완벽한 인터넷 도구를 지향한 “재창조”라는 게 바자린의 해석이다. 휴대폰이 카메라와 엠피3플레이어, 인터넷 도구를 겸하는 추세도 애플의 휴대폰 사업 진출을 불가피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역작 아이폰의 기세가 미풍에 그친다면 잡스의 명성에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호평에도 불구하고 매킨토시가 별 돈벌이가 안되던 1985년 그는 자신이 세운 회사에서 쫓겨난 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 12년의 ‘망명 생활’ 뒤 임시 사장으로 복귀한 잡스는 아이포드 등을 앞세워 폐업 일보직전의 애플을 기업가치 1천억달러의 회사로 키워내며 전설적 기업인 반열에 올랐다.
한쪽에서는 잔재주를 가지고 과대선전을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아이폰의 터치패드 방식에 사용자들이 적응하지 못할 수 있고, 배터리 연속 사용시간이 5시간뿐이어서 매력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애플이 2005년 모토롤라와 합작해 내놓은 엠피3플레이어 겸용 휴대폰 ‘로커’는 주목을 받지 못한 채 시장에서 사라진 바 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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