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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별 국영펀드 규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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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러·중동의 국영펀드 공세를 막아라
기업 인수 감시기구 추진항구·은행 인수 움직임에 긴장 중국, 중동, 러시아가 막대한 외환보유고를 앞세워 세계 인수·합병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조짐을 보이자, 미국과 유럽에서 ‘전략산업’을 지키려는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다. 신흥경제권의 은밀한 세력확장이 안보와 핵심기술 보안을 위태롭게 한다는 게 이들 선진국의 새로운 보호주의 논리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독일 재무부가 외국 국영펀드의 독일 기업 인수를 감시하는 기구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고 26일 보도했다. 독일 정부 관계자는 “고도로 중앙집권화된 나라들의 외환보유고가 기록적으로 증가했다”며, 외국 국영펀드들의 동태를 감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독일 정부는 미국의 외국인투자위원회와 비슷한 기구를 만드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외국인투자위원회는 외국자본의 투자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되면 대통령한테 이를 막으라고 권고하는 기구다. 최근 러시아와 아랍에미리트(UAE)의 두바이 자본이 도이체텔레콤과 도이체방크 지분을 사들여 독일 정부의 신경을 곤두서게 하고 있다. 미국과 독일 정부의 새로운 고민거리로 등장한 국영펀드는 몇년 사이에 눈덩이처럼 불었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 중동처럼 정치·안보 문제로 서구와 관계가 껄끄러운 나라에서 석유 수출대금과 무역수지 흑자가 급증하면서 이런 현상을 뒷받침했다. 모건스탠리는 중국·러시아·중동의 국영펀드 규모가 2조5천억달러(약 2316조원)로, 1조5천억~2조달러로 추정되는 세계 헤지펀드 규모를 넘어섰다고 추산했다. 이 가운데 아랍에미리트가 8750억달러, 중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각각 3000억달러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중국이 외환보유고 1조2천억달러 가운데 일부로 국외 투자를 본격화하는 가운데, 러시아도 석유수입으로 만든 ‘안정화기금’ 1080억달러를 둘로 나눠 한 쪽을 국내외 자산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에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국영업체가 미국의 항구 6곳을 운영하는 영국 업체를 인수하려다, 안보 위협을 내세운 미 정치권의 반대로 뜻을 접기도 했다. 민주당의 짐 웹 상원의원은 최근 중국 국가외환투자공사가 지분 10%를 보유한 사모펀드업체 블랙스톤이 국방 관련 업체들에 투자하고 있다며 “외국인투자위원회는 이들의 기술이 중국에 유출될 가능성을 따지라”고 촉구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국영펀드에 경계심을 보이는 쪽은 많은 나라가 투자내역을 밝히지 않는 등 투명성이 부족해 더욱 의구심을 품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국영펀드 자산이 경제적-금융적 이유보다는 정치적-전략적 이유로 움직일 수 있다”며 정치적 갈등 가능성을 경고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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