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심리안정-경제전반 연쇄효과차단-시장정상화 목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10일 금융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때까지 유동성을 최대한 공급하겠다며 긴급 개입을 선언했다. 이는 FRB가 직접 나서 금융시장 참가자들의 투자심리를 안정시켜,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로 인한 신용경색이 프라임마켓이나 경제전반으로까지 확산되는 것을 차단해 금융시장 기능을 최대한 빨리, 정상화시키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FRB도 성명서에서 "금융시장이 제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다"면서 "연방기금의 시장금리가 연방기금 목표금리인 5.25%에 근접할 때까지 필요한 유동성을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금리가 FRB가 목표한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유동성을 무제한으로 공급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인 셈이다. 이와 함께 이번 사태로 인해 일시적으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금융기관들의 경우 재할인 창구를 통해서도 자금조달을 할 수 있다고 FRB는 밝혀 신용경색으로 인해 금융시장에서 돈이 돌지 않는 최악의 상황이 일어나지 않도록 선제적인 조치를 취해나가야겠다는 정책의지를 시장에 분명하게 전달했다. 하지만 금융시장의 심리가 곧바로 진정되는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일시적인 유동성 공급보다 FRB가 긴급 공개시장조작위원회(FOMC)를 소집, 금리 인하에 나설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펀더멘털보다 투자심리 중요 금융전문가들은 FRB가 전날 240억 달러의 긴급 유동성 공급에 이어 이날 시장개입을 선언한 성명까지 발표한 것은 무엇보다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조기에 진정시키기 않으면 신용경색이 연쇄적으로 번져 국제금융위기로 까지 치달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프랑스 최대 은행인 BNP파리바가 지난 9일 미국의 주택모기지 채권에 투자한 펀드 3개의 환매중단을 선언한 이후 유럽에 이어 아시아 금융시장까지 큰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해 주가가 동반 급락하는 현상을 보였다. 10일 오전에 들어서도 뉴욕과 유럽 증시 사정이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것도 FRB가 서둘러 시장개입에 나서겠다는 내용을 담은 성명서를 발표하게 만들었다고 금융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이와 함께 금융시장의 경우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여건)보다 투자심리에 의해 시장이 급격하게 한쪽으로 움직이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중앙은행이 확고한 정책의지를 시장에 보여주어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9.11 사태 직후보다 더 많은 유동성 공급 FRB와 유럽중앙은행(ECB)은 신용경색에 따른 시장혼란이 발생하자 9일 1천500억달러가 넘는 자금을 공급했다. 이는 9.11 테러 직후 금융시장이 극도로 혼란에 빠졌을 때 유동성 부족을 막기 위해 FRB와 ECB가 시장에 공급했던 것보다 많은 액수라고 워싱턴 포스트는 보도했다. 이날 미국 뉴욕 연방준비은행은 전날 240억 달러를 금융시장에 투입한 데 이어 연방기금금리가 목표수준인 5.25%를 크게 넘는 6%까지 뛰어 거래가 시작되자 모기지담보 증권매입을 통해 190억달러를 금융시장에 긴급 수혈했다. 또 유럽중앙은행도 전날 단일 시장개입으로 사상 최대규모인 950억 유로를 긴급 투입한데 이어 이날 610억 유로의 자금을 1일만기 환매조건부 채권 매입을 통해 금융시장에 풀었다. ◇금리 긴급 인하 가능성도 제기 하지만 이날 뉴욕증시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발 신용경색 위기에 대한 우려가 아직 진정되는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연방기금금리 선물거래 상황을 볼 때 FRB가 내주중에 긴급 FOMC 회의를 소집, 금리인하에 나서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시장에서는 나오고 있다. 메릴린치의 애널리스트인 조지프 B. 샤츠는 이와 관련, 연방기금금리선물이 최근 금융시장 위험을 실질적으로 반영되고 있다면서 FRB가 금리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서브프라임모기지가 신용이 불량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고 현재 미국의 고용시장 등 경제 펀더멘털에 큰 문제가 없기 때문에 신용도가 높은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프라임 시장까지 번지지 않고 제한적인 영향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도 없지는 않다. 김재홍 특파원 jaehong@yna.co.kr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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