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9.19 17:11
수정 : 2007.09.19 17:11
9월 18일 화요일 미 연방준비위(Federal Reserve)는 모임을 갖고 5.25% 였던 중앙은행의 기준 이자율을 4.75 % 로 내렸습니다. 그동안 완만한 상승률을 유지하던 이자율이 4년만에 처음으로 떨어져 당초 0.25% 하락을 예상하던 경제, 금융 전문가들을 놀라게 하였습니다. 벤 버낸키 (Ben Bernanke) 의장의 발표 직후부터 치솟기 시작한 주가(다우존스 지수)는 350 포인트 이상 폭등했습니다.
이번 이자율 하향조정은 첫째, 섭프라임모기지 사태로 인해 위기에 몰린 금융산업의 자금 압박을 풀어주고 모기지(mortgage) 이자율을 낮춰 저당유실(foreclosure, 차압)을 줄여보자는 것이 첫째 목적입니다. 두번째는 주택경기 침체가 산업 전반으로 번져나가기 전에 이자율 하향으로 인한 시중 통화량 증가를 통해 경기를 회복시켜 보자는 것입니다.
이번 연방준비위 모임이 세상의 관심을 끌어모은 것은 이자율 하락이 어느 정도일 것인가 하는 문제외에도 18년 반동안 준비위를 이끈 알렌 그린스펀의 후임인 버낸키 의장의 시장 통제력이 어느 정도인가 시험할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었습니다. 환상적인 교향악을 마치고 단상을 내려오는 지휘자에게 갈채가 쏟아지듯 '0.5% 하향'이란 강수를 쓴 버낸키 의장에게 월가의 금융인들은 들뜬 찬사를 보냈습니다.
그러나 이 찬사는 '그들, 있는 자들'만의 찬사였습니다. 2007년 8월 한달동안 월정액을 갚지 못해 꿈처럼 마련했던 집을 차압당한 건수 24만여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두배나 올랐다고 합니다. 유가는 배럴당 81불로 치솟고 머지않아 배럴당 100불대를 바라보고 있으며 이는 곧 물가상승으로 이어짐은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지난 수년간 국내총생산, 물가상승, 실업률 등 경제지표를 흔들어 보이는 정치가의 얼굴은 자랑스러움으로 가득찼습니다.
그러나 실제 서민경제는 한숨만 내쉽니다. 국내총생산이 아무리 높아도 다국적 대기업들, 소형자영업 몫까지 싹쓸이하는 대형유통업이 올린 성과며, 안정된 듯한 물가를 비웃는 듯, 개스비, 주거비 등 피부로 느끼는 생활비 압박은 날이 갈수록 심해집니다. 실업률은 낮다지만 대개가 서비스업 중심의 저임금 일자리만 부쩍 늘어서 투 잡(two jobs)이 아니라 쓰리 잡(three jobs)을 뛰어도 시원치 않을 판이 되었습니다. 이런 판국에 하루동안의 주가 폭등에 요란하게 울려퍼지는 풍악소리는 과연 누구를 위한 풍악소리입니까?
연방준비위가 '있는 자들의 연방준비위'가 아닌 진정으로 '미국민 모두의 준비위'가 되려면 대기업과 갑부들만을 보호하는데서 한치도 못 벗어나면서 쇼맨십에만 능수능란한 저열한 정책에서 탈피하여 노동계층과 영세자영업자들까지도 신명나게 일하면서 먹고 사는 걱정 없게하는 근본적인 경제 회생책을 실시해야 합니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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