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의 2 “업적에 견줘 과도하다”
미국의 대다수 기업인들조차 최고경영자(CEO)들이 너무 많은 보수를 챙기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최근 전미기업이사협회(NACD) 자료를 인용해, 미국의 최고경영자와 사장들 가운데 약 3분의 2가 최고경영자 보수가 그들의 업적에 견줘 과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전미기업이사협회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꾀하는 비영리 조직으로, 지난 7~8월 기업체 최고경영자와 사장, 사외이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설문에 응한 최고경영자와 사장들 중에서 최고경영자 보수가 너무 낮다는 응답은 2.2%에 그쳤으며, 적정하다는 답은 3분의 1이었다. 사외이사들은 최고경영자들의 제몫 챙기기가 더 심하다고 보고 있다. 80% 이상이 최고경영자 보수가 너무 많다고 응답해, 최고경영자와 사장들보다 비율이 높았다. 미국의 소득 격차가 커지고 있다는 보고서가 잇따르는 시점에 나온 이번 조사 결과는 파장이 적지 않을 것 같다. 무엇보다 기업 투자자와 노동자, 정치인들에게 최고경영자의 보수를 억제하도록 하는 데 힘을 실어줄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대선에서 쟁점이 될 가능성도 높다. 최고경영자들의 보수는 1980~2003년 6배로 올랐다. 이런 추세는 최근 더 짙어졌을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며칠 전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1%의 소득이 2005년 미국 전체 소득의 21.2%를 차지해, 2차대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이전에는 주식시장이 활황이었던 2000년에 최상위 1%의 소득 점유율이 20.8%로 가장 높았다. 반면, 하위 50%의 소득 점유율은 2005년 12.8%에 지나지 않았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최고경영자들의 과도한 보수는 정당화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일부에서 최고경영자들이 희소한 능력 덕택에 높은 보수를 받는다고 주장하지만, 80년 이후 20여년 사이에 6배로 뛴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보다는 최고경영자의 보수를 결정할 때, 주주들이 분산돼 의견을 모으기 힘든 현실을 비집고 최고경영자들이 큰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라고 이 신문은 풀이했다. 그러면서 최고경영자들이 주주들의 이사 선임권을 확대하는 등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나서지 않으면, 이를 규제하는 강력한 법률 제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이경 선임기자 jae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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