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전 금융공황·20년전 블랙먼데이 재연될라 불안 번져
‘블랙먼데이’와 지금 공통점 - 증시5년째 상승·치솟는 기름값·경상수지 적자에 달러하락‘1970년 공황’ 때와 공통점 - M&A열풍 전례없는 대출 폭증·도 넘어선 차입 투자도 닮은꼴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이 남긴 짐이 여전히 세계경제를 짓누르는 가운데 과거 금융시장 악몽들까지 미국 뉴욕의 월가를 괴롭히고 있다. 지난 19일 뉴욕증시는 20년 전인 1987년 10월19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를 22.6% 폭락시킨 ‘블랙 먼데이’의 작은 망령이 부활하는 것을 지켜봤다. 다우지수와 에스앤피(S&P500) 지수, 나스닥지수가 2.5% 이상 꺼지면서, 징크스를 피하지 못했다. 하지만 하룻만에 5천억달러의 주식가치를 허공에 날린 20년 전에 비해서는 아주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다. 시장 전문가들은 ‘블랙 먼데이’ 20돌이 과거를 그대로 재연하지는 않았지만, 당시와 지금의 시장 조건에 공통점이 여럿이라는 점에서 마음을 놓을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증시 상승세가 5년간 이어졌고, 유가는 치솟고 있다. 또 미국 경제는 경상수지 적자에 허덕이고, 달러 가치는 내리막길을 걷는 점이 그것이다. 유로화에 대한 달러 환율은 미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반영돼 22일 아시아시장에서 1.4348달러로 다시 최고기록을 갈았다. 월가에서는 꼭 100년 전의 금융공황을 떠올리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이들까지 생겨나고 있다. 호황기를 구가하던 미국 경제는 1907년 주식가치가 절반으로 줄고, 기업 도산이 줄을 이었다. 1907년 10월21일과 22일에는 니커보커트러스트를 비롯한 금융기관 건물이 예금 인출을 요구하는 고객들한테 둘러싸여 위기가 최고조에 이르렀다. 지난달 〈1907년 공황〉을 펴낸 버지니아대의 로버트 브루너 교수 등은 현재 금융시장 환경을 100년 전과 비교해 보라고 권했다. 이들은 “호황과 전례없는 규모의 기업 인수·합병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대출을 불러일으켰다”며, 금융시장에 “엄청난 폭풍”을 불러올 조건들은 세기가 바뀌어도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전 의장은 21일 연설에서 서브프라임 파동은 “일어나기만을 기다리던 사건”이었다며, 지나친 차입투자는 주택시장이 아닌 다른 곳에서라도 문제를 일으켰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금융 세계화가 훨씬 진전된 현재는 위기의 전파 가능성이 높아 더욱 위험한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서브프라임 사태가 불러온 신용위기로 예금주들이 인출을 요구하며 건물을 둘러싸는 상황은 지난달 뉴욕에서가 아니라 영국 런던의 모기지금융업체인 노던록에서 일어났다. 공교롭게도 1907년과 현재 모두 제이피 모건 쪽이 타결책 마련에 발벗고 나섰다는 공통점도 지녔다. 1907년 10월21일 대은행가 제이피 모건은 금융계 인사들을 불러모아 구제금융 투입을 이끌어냈다. 모건 가문이 만든 제이피모건체이스는 최근 시티그룹, 아메리카은행과 함께 750억달러 규모의 ‘수퍼펀드’를 만들어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채권을 사들이기로 했다. 1907년의 위기는 이듬해 2월 진정 국면에 들어갔다. ‘수퍼펀드’가 금융시장을 안정시킬지에 대해서는 낙관과 비관이 엇갈리고 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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