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10.23 19:02
수정 : 2007.10.24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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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 ‘백기’ 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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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과 9년 간 반독점 분쟁을 벌여온 미국의 거대 소프트웨어업체 마이크로소프트(MS)가 무릎을 꿇었다. 경쟁 원천봉쇄 전략으로 막대한 이윤을 챙겨온 엠에스를 비롯한 미국 업체들이 주도하는 정보기술(IT) 업계 판도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유럽연합 집행위는 22일 시장지배적 지위를 이용해 경쟁을 부당하게 제한했다는 점을 엠에스가 시인하고 시정명령 이행을 약속했다고 밝혔다. 네일리 크루스 경쟁담당 집행위원은 이런 사실을 밝히며, “엠에스는 95%에 이르는 피시 운영시스템 시장점유율과 소비자들한테 피해를 주는 80%의 이윤율에서 나오는 시장지배력을 이용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윈도에 자사 소프트웨어를 끼워 팔면서 경쟁업체에는 소프트웨어 개발에 필요한 정보를 숨긴다는 비난에 아랑곳하지 않던 엠에스는 이날 유럽연합 앞에 고개를 숙였다. 엠에스는 유럽연합 집행위의 판단을 존중해 경쟁업체들이 윈도에서 상호운용이 가능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수 있도록 1만4300달러의 저렴한 가격에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또 소프트웨어 특허료를 지금까지 요구하던 매출의 5.95%에서 0.4%로 크게 낮추기로 했다. 엠에스는 성명에서 “우리는 (유럽연합 1심재판소 판결에 대해) 유럽사법재판소에 상소하지 않을 것이며, 유럽과 세계 정보기술업계의 경쟁적 환경을 가꾸기 위해 집행위와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크루스 집행위원은 이번 합의가 “소프트웨어 업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이비엠과 어도비 등 엠에스의 경쟁업체들도 이를 반겼다.
유럽연합과 ‘소프트웨어 소스 공개’ 결국 합의
‘독점으로 경쟁제한’ 인정 EU시정명령 따르기로
9년간 이어온 반독점분쟁 한매듭…업계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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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유럽연합 집행위 반독점 분쟁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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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에스의 ‘항복’을 불러온 사건은 경쟁사인 선마이크로시스템스가 1998년, 엠에스가 소프트웨어 개발용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윈도미디어플레이어를 윈도에 끼워팔아 경쟁을 방해한다고 제소하면서 시작됐다. 2004년 유럽연합 집행위가 엠에스의 행태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거액의 벌금을 매긴 데 이어, 유럽연합 법원은 지난달 엠에스의 항소를 기각했다. 〈뉴욕타임스〉는 엠에스의 스티브 발머 최고경영자가 판결 직후 화해를 요청하는 편지를 크루스 집행위원한테 보내고 이달 초 유럽으로 날아가 합의 조건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엠에스는 이미 10억달러에 가까운 천문학적 액수의 벌금을 물었다.
일부 정보기술업계 전문가들은 엠에스가 기존 사업방식에서 완전히 탈피했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며, 이날 발표는 “전술적 후퇴”를 뜻할 수 있다고 풀이했다. 엠에스는 오피스 프로그램 등을 놓고도 유럽연합 집행위의 조사를 받고 있다. 유럽연합의 반독점 의지와 힘을 보여준 이번 합의는 인텔과 구글 등 집행위의 조사를 받고 있는 미국 정보기술 업체들을 더욱 긴장하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엠에스의 항소가 기각되자, 미국 법무부와 의회에서는 반발이 일기도 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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