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10.25 02:35
수정 : 2007.10.25 02:35
3분기 22억 달러 최대규모 손실…‘서브 프라임 불안’ 확산될 듯
월가의 대표적 투자은행인 메릴린치가 93년 역사상 최대 손실을 기록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의 심각성을 다시 부각해주는 메릴린치의 실적은 미국 금융권에 충격적 소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메릴린치는 24일 3분기 실적발표에서 22억4천만달러(약 2조560억원)의 손실을 봤다고 밝혔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이 회사는 지난 분기에 21억4천만달러, 지난해 3분기에 30억5천만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했었다.
예상을 뛰어넘는 큰 손실은 부채담보부증권(CDO)을 비롯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채권 등의 가치를 79억달러 상각한 데 따른 것이다. 메릴린치는 지난 5일에는 상각 규모를 50억달러로 예상한다고 밝혔지만, 서브프라임 관련 채권 가격이 더욱 떨어지고 매도에 어려움을 겪자 상각 규모를 키웠다.
스탠리 오닐 메릴린치 회장은 이날 “우리가 잘못 판단했다”며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자산을 둘러싼 시장 환경은 앞으로도 불확실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메릴린치발 ‘어닝 쇼크’로 이날 개장 뒤 뉴욕증시에서 이 회사 주가는 3% 이상 떨어졌고, 증시 전체도 약세로 출발했다.
시티그룹의 3분기 순이익이 전분기에 견줘 57% 감소한 것으로 드러난 데 이어 발표된 메릴린치의 실적은 미국 금융권에 대한 의구심을 더욱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대형 투자은행들조차 자신들의 부실 규모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서브프라임 부실의 전모가 완전히 드러나지 않았다는 비관적 상황판단도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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