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 "이제 차익 실현할 시점"..OPEC 의장 추가 공급의지 밝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던 국제유가가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추가 공급 의지를 밝히고 폭풍으로 차질을 빚던 멕시코의 원유 생산이 재개될 움직임을 보이면서 차익 실현 매물의 출현으로 3달러 이상 급락했다.
29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전날까지 3일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배럴당 93달러를 돌파했던 12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 중질유(WTI)는 전날보다 3.15달러(3.4%) 떨어진 배럴당 90.38달러에 거래를 마쳐 5거래일만에 하락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12월 인도분 북해산 브렌트유도 전날보다 3.03달러(3.4%) 떨어진 배럴당 87.29달러를 기록하며 전날 사상 처음으로 90달러를 돌파한 이후 하루 만에 87달러대로 내려 앉았다.
이날 유가는 모하메드 알 함리 OPEC 의장이 OPEC가 안정된 가격에 원유를 세계에 공급할 의무가 있고 필요할 경우 원유를 더 공급할 것이라고 밝힌 가운데 오랜 동안 유가 강세를 점쳐왔던 골드만삭스가 입장을 바꿔 이제 차익을 실현할 시점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으면서 그동안 유가가 과도하게 올랐다는 인식으로 매물이 나오면서 급락했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석유장관이기도 한 알 함리 의장은 이날 영국 런던에서 열린 석유 콘퍼런스에서 현재의 유가 수준은 OPEC의 목표 수준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면서 시장이 석유를 더 필요로 하면 OPEC는 하루 350만배럴에 달하는 여분의 생산능력을 활용해 석유를 공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유가가 조만간 배럴당 100달러에 도달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않는다고 예상했다. OPEC의 원유 생산 수준을 결정하는 회의는 12월5일 아부다비에서 열릴 예정이다.
카타르의 압둘라 빈 하마드 알-아티야 에너지장관도 이날 회의에서 현재의 고유가를 OPEC의 책임이라고 비난해서는 안된다며 투기적 수요가 유가 고공행진을 유발했음을 지적한뒤 시장이 '종이 (paper) 석유'가 아닌 '실제(physical) 석유'를 더 필요로 한다면 이를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골드만삭스의 애널리스트인 제프리 커리 등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유가가 단기간에 추가로 더 상승할 여력이 있는지에 의문이 커지고 있다면서 차익을 실현할 때라고 진단했다. WTI는 이날 하락에도 올해 들어 48%나 상승한 상태다.
골드만삭스는 특히 2008년 1.4분기 말 유가를 배럴당 80달러선으로 보는 하향 압력이 점차 힘을 얻기 시작했다고 밝혀 유가가 과도하게 올랐음을 시사했다.
이와 함께 멕시코만의 폭풍으로 하루 60만배럴의 원유 생산을 중단했던 멕시코 국영 석유회사인 페트로레오스 멕시카노스가 이날 기상 상태를 보면서 생산을 곧 재개할 예정이라고 밝힌 것도 유가 하락에 기여했다.
이날 하락에도 유가가 하향세로 돌아설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시장 관계자들은 31일 미 에너지부가 발표한 지난주 주간 원유 재고의 수준이 이번 주 유가의 향방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의 추정에 따르면 미국의 지난주 원유 공급은 전주보다 30만배럴 늘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김현준 특파원 june@yna.co.kr (뉴욕=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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