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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11.21 19:05 수정 : 2007.11.21 19:13

유가와 GDP 1단위당 석유 소비 추이 / 달러가치와 물가 추이

수입품 가격 파급력 약해져 물가 오름세 미미
에너지효율 상승 등으로 충격 흡수력도 커져

달러 약세와 고유가는 세계경제를 뒤흔드는 중요한 변수다. 하루가 멀다하고 악영향을 걱정하는 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부작용이 애초 예상보다 덜한 부분도 있다. 달러 약세가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크게 덧내지 않고, 고유가 충격이 이전만큼 심하지 않은 게 대표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달러 가치가 추락하면서 미국에 인플레이션 경보가 울렸으나, 이 경보가 틀렸을 수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지난 몇년 사이 달러 가치가 떨어졌지만 물가가 예전만큼 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연준) 등의 연구결과를 보면, 2002년 이후 달러 가치가 10% 하락하면 미국 수입물가는 1.0~2.5%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970년대 중반~90년대에는 같은 조건에서 수입물가가 5% 오른 데 견줘, 달러 약세가 수입가격 상승을 통해 전체 물가에 끼치는 영향력이 많이 약화됐음을 말해준다.

달러 가치가 떨어져도 인플레이션에 큰 위협이 되지 않는 것은, 외국 수출업체들이 미국 시장을 잃을까봐 수출가격을 올리지 않기 때문이다. 외국 기업들이 이윤폭을 줄이는 방식으로 환차손의 상당부분을 떠안고 있는 것이다.

이는 연준이 금융시장의 불안을 덜고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하할 여지를 넓혀준다. 달러 약세로 물가상승 부담이 커지면 금리를 내리기 쉽지 않다. 연준이 9,10월 두 차례에 걸쳐 금리를 0.75% 포인트 인하하자, 인플레이션 악화를 우려하는 전망이 적지 않았다.

〈이코노미스트〉는 고유가가 세계경제에 예전과 같은 위협 요소가 되지 못한다는 최신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현재 국제유가는 실질가격 기준으로 1970년대 최고치 수준에 근접해 있다. 기업의 생산비용을 끌어올리고 가계의 소비여력을 줄일 수 있는 악재다. 하지만 지금의 고유가는 70년대 오일쇼크만한 충격파는 못 된다. 지난 몇년 사이 유가가 많이 올랐지만 세계경제의 성장세를 꺾지 못한 게 이를 입증한다.

고유가 위력이 떨어진 데는 에너지효율이 높아진 게 큰 구실을 했다. 특히 주요 7개국(G7)의 경우 실질 국내총생산(GDP) 1달러당 석유소비 비중이 70년대 초·중반의 절반 밑으로 줄었다. 경제 전반에 걸쳐 유연성이 높아져 고유가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힘이 배가됐고,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 위험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이 커진 것도 빼놓을 수 없다.


그렇지만 달러 약세와 고유가 위험을 과소평가할 수는 없다고 〈월스트리트저널〉과 〈이코노미스트〉는 덧붙였다. 달러 약세가 계속되면 외국 수출기업들이 채산성을 맞추지 못해 미국 수출가격을 많이 올리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고유가도 멈추지 않으면 가계와 기업이 감내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 미국 서브프라임(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여파로 성장 둔화 가능성에 직면한 세계경제가 경계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이경 선임기자 jae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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