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12.09 20:02
수정 : 2007.12.09 20:02
석유장관 “달러 약세로 큰 손실”…유로·엔화로 결제할 듯
세계 4위의 석유 수출국 이란이 석유거래의 달러 결제를 완전히 중단했다고 밝혔다.
골람 호세인 노자리 이란 석유장관은 8일 이란의 <이스나>(ISNA) 통신과 인터뷰에서 “달러 이외의 통화로 원유를 거래한다는 정책에 따라 현 시점에서 원유의 달러 결제는 완전히 중단됐다”고 말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보도했다. 노자리 장관은 “달러는 가치 하락으로 석유 수출국에 손실을 일으킨 신뢰할 수 없는 통화”라고 달러 결제 중단 배경을 설명했다.
미국의 경제제재를 받고 있는 이란은 석유 판매 등으로 얻은 자산을 달러 대신 유로 등 다른 통화 표시 자산으로 전환하는 등 최근 몇 년 동안 달러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왔다. 이란 관리들은 지난 10월 “원유 수출대금의 달러 결제는 전체 수출의 15%에 그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란의 이번 조처는 달러 가치하락에 따른 수익을 보전하겠다는 경제적 목적뿐 아니라 미국의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에 흠집을 내려는 정치적 의도도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달러 패권 상당부분이 달러가 국제 원유시장에서 결제통화로 기능한다는 데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지난달 석유수출국기구(오펙) 정상회의에서 이미 원유 결제통화를 달러에서 좀더 신뢰할 만한 통화로 바꿔야 한다고 촉구했으나, 베네수엘라를 빼고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다른 나라로부터 지지를 얻지 못한 바 있다.
노자리 장관은 달러를 대신할 석유결제 통화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란 관리들은 “석유 결제의 대부분이 유로로 이뤄지고 있으며, 이란 원유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일본과는 엔화로 결제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박병수 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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