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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12.12 20:54 수정 : 2007.12.12 20:54

새해부터 ‘40% 할당제’ 시행 앞두고 모시기 경쟁

법률 하나가 노르웨이 기업들의 이사회 모습을 바꿔놓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최근 보도했다.

이 법은 상장 기업들을 대상으로 내년 1월1일부터 이사회 구성원의 40% 이상을 여성으로 채우도록 하고 있다. 법을 어기면 기업이 문을 닫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노르웨이는 여성들의 지위를 높이고자 2003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여성 이사 할당제’를 담은 법을 마련한 바 있다. 하지만 기업들의 반발과 준비 기간을 고려해 발효 시점은 3년 가까이 늦췄다.

법정 시한이 다가오면서 노르웨이 기업에서 여성 이사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이달 초순 현재 이 법을 적용받는 기업 약 500곳의 이사 가운데 평균 35%를 여성들이 차지했다. 이는 2002년(7%)에 견줘 다섯 배로 늘어난 것이다. 미국 500대 기업의 여성 이사가 14.8%인 것과 비교해도 매우 높다. 미국의 한 조사 결과를 보면, 미국 500대 기업 중 59곳에는 여성 이사가 아예 한 명도 없다.

노르웨이 기업들은 그동안 여성 이사 비율을 채우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인력 소개 전문업체를 동원하는 것은 물론, 개인 연줄 등을 이용해 적임자 찾기에 나섰다. 미국의 인력 소개업체인 콘-페리 인터내셔널 관계자는, 지난 2년간 노르웨이 기업들한테 의뢰받은 일거리에는 거의 대부분 여성 이사를 찾아달라는 게 들어 있었다고 말했다. 노르웨이 최대 민간 기업인 아셰르는 주주들로 이뤄진 여성이사 선임위원회를 만들어 공모를 하는 한편, 중역들이 지인들을 통해 후보자를 수소문하고 있다.

아직은 적임자가 모자라다 보니, 유능한 여성들은 기업들이 서로 영입하려고 경쟁을 벌인다. 토르힐 비드베위는 2005년 유류-에너지 장관을 물러난 뒤 기업 11곳의 이사를 맡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여성 이사 할당제의 성과가 일부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아셰르 전 사장인 예르하르 헤이베르그는 “여성 이사들이 가세하면서 아셰르의 기업 지배구조가 개선됐다. 특히 남성 이사들이 (여성 이사를 의식해) 이전보다 이사회 안건에 대해 공부를 많이 한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이사회가 “노인 남성들의 클럽”과 같았다고 헤이베르그는 덧붙였다. 외국인 여성 이사가 들어선 기업들에선 다른 나라의 구조조정이나 국외 진출 경험이 전수되기도 한다.

부작용도 없지 않다. 30여 기업이 여성 이사 할당제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상장을 취소했거나 취소 절차를 밟고 있다. 기업의 기대에 못미치는 여성이 이사로 선임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할당 비율을 채우기 위해 기존의 남성 이사를 별다른 이유없이 쫓아내는 경우도 있다.

이경 선임기자 jae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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